러브체인의 날개들 - 김비주 시집
(상상인 시인선 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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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김비주는 ‘생기-사건’을 되찾기 위해 우리의 삶에 숨겨진 시간을 되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은 우리를 태어나게 하는 근거지인 “씨앗”을 상기하게 한다. 여기에서 노래되는 “씨앗”은 우리의 “시간”을 비축하고 그 비축을 통해 우리를 존재의 근거지에 가깝게 하는 그러한 언어의 “씨앗”이다. 그것은 주체를 쉬게 하고 그 쉼으로 인해 우리를 숨 쉬게 한다. 존재를 존재로 드러나게 하는 이러한 ‘생기-사건’을 김비주는 우리 앞에 도래시키며 우리를 이러한 시적 여정에 동참시킨다.
김비주는 리듬을 시의 전면에 내세운다. 그 리듬을 통해 김비주는 우리에게로 회귀하고 우리로 하여금 회상을 경험하게 하는 순간으로 이끈다. 그녀가 골라 아무렇지 않게 “툭” 건네는 그 시적 장면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거주하는 존재의 거처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이다. 그것은 귀향을 비축하고 그것을 밝혀 열어주는 것을 통해 ‘생기-사건’을 우리가 마주했던 때를 다시금 환기한다.
우리가 지금 여기를 살아나가면서 상실하고 있는 존재의 근원적 지평인 ‘생기-사건’을 김비주가 우리에게 흘려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편들을 읽는 시적 경험들을 통해 우리도 우리가 잃어버린 존재의 근원적 지평을 스스로의 힘으로 지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함께, 동시에 혼자서, 자신의 언어적 “씨앗”을 회복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_ 해설(김학중 시인) 중에서
시인의 말
수없이 보내고 보낸 연후에 마주친 또 다른 그대
시집 속의 시 두 편
휴식
사람에게는 숨은 시간이 있다
작은 열매 속 숨겨진 커다란 씨앗처럼
혼자만이 머무르고 싶을 때
우주의 시간 속 조그마한 열매로
비 맞고 바람 불고 햇빛 받아 자연의 색깔로
꿈을 숨기고
문득, 그 열매 먹히고 씨앗 도드라질 때
나
씨앗으로 남아 숨은 시간을 갖고 싶다
어둠을 건너는 나무들
순정한 나무들 사이로 빛이 고이면
밤을 끌어안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쓸쓸함과 두려움이 만져집니다
함께 있으나 각기 제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바람에 실려 서로를 위로하던 그 몸짓들의 작은 속삭임에
다리를 놓아 건너다닙니다
뽀얀 실루엣 사이로 건너다니는 빛의 살들, 살들
운동장에 그득하던 봄날, 아이들의 발자국처럼
여기저기 징검징검 소리 나기 시작합니다
나무들 뒤통수를 건드리고 눈을 감기며
마알간 햇살들 간지럼을 시작합니다
쓸쓸함은 두려움이야
두려움을 잊기 위해선 웃어야 해
뒤통수를 한없이 젖히며 하하하 호호호
몸을 뒤틀며 웃는 나무들 사이로 떠다니며
작은 위로가 전부인 움켜쥔 공간에서 어떤 것들은
그저 서로 배꼽을 움츠리며 목젖을 젖혀
울대를 건드리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깊이 어루만집니다
차례
1부 무수히 쏟아지는 길
휴식 _19
어둠을 건너는 나무들 _20
꿈을 꾸지요, 피워낸 생각처럼 _22
시간 너머로 쏟아지는 기분 _24
고독 _25
상처는 언제 다 아물까 _26
이제야 보내는 편지 _28
시간을 빠져나와 _30
사라지는 것에 _32
마른 풍경 _33
시 쓰는 나는 누구입니까 _34
풍문 _35
행복한 공상 _36
밤풍경 _38
더디게 피는 꽃들 _39
2부 쏟아지는 그리운 문장
숨맞춤 _43
바다에 달이 있는 광경 _44
붉은 여인의 노래 _46
비 오면 흔들리는 _47
오늘의 도시 _48
아직도 꿈꾸나요 _50
하현달 _51
시를 열어보고 싶은 날 _52
나를 벗는 시간 _54
너를 닮은 것들 _55
달을 그려요 _56
다듬이질 _57
비가 돋는 날에 _58
모락모락 피는 저녁 _60
엄마의 지칭개 _61
3부 비껴가는 말들
좋은 시 읽기 _65
기억의 저편 _66
김치수제비 _68
고향, 목포 _70
서툰 오후 _72
가을이 오는군요 _73
슬픔의 질감 _74
말의 유희 _76
시, 봄은 환몽 _77
놈의 생애 _78
풍선 _80
보리 _81
타전打電 _82
생각, 잠시 _83
계층 옮기기 _84
4부 빛으로 몸을 나누는 나무들
고일암의 아름다운 단풍나무 _89
병원일지 1 _90
병원일지 2 _91
다시 부르는 정읍사 _92
또, 새잎 _93
봉숭아 물들이기 _94
호접지몽 _96
오늘도 가나요 _97
납작해지기 _98
대추 _99
중첩 기행 _100
아, 개미 _101
새로운 자아 찾기 _102
알리카페를 마시고 노루꼬리 햇살 아래 빨래를 널다 _104
물고기, 너 _105
해설 _ 존재의 씨앗으로 회귀하는 언어의 표지들 _107
김학중(시인)
저자 약력
김비주
전남 목포 출생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부산문화예술재단 예술창작지원금 시부문 선정(2018, 2020, 2022, 2024)
시집 『오후 석 점, 바람의 말』, 『봄길, 영화처럼』
『그해 여름은 모노톤으로』, 『러브체인의 날개들』
sanara11@naver.com
상상인 시인선 062 | 초판 1쇄 발행 2024년 10월 15일 | 정가 12,000원 | 규격 128*205 | 126쪽
ISBN 979-11-93093-70-2(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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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2024년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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