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 황원교 시집
(상상인 시선 051)
책소개
시와 삶 사이에 매개된 일련의 운명을 연금술적 상상력으로 고양시켜 죽음을 초월한 자기 정화에 도달해가고 있다. 이를테면 시인이 전개한 일련의 시말운동은 앙리 베르그송이 『창조적 진화』에서 말한 엘랑 비탈, 즉 생의 약동을 의식화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생의 비탈에서 깨달은 자기 구원의 전언이다.
비록 몸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시인은 마음의 문을 열어 세상과 적극적으로 조우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절망의 자락에서 터득한 돈오의 순간이다. 때론 실존적 생에의 형식이 직면한 한계 지평을 내밀하게 성찰하면서, 때론 대상의 실존적 가능성을 오감의 전언으로 펼쳐 보이면서, 황원교 시인은 시말의 상상적 지평을 생명의 약동, 즉 치명적 도약의 극적인 순간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분명 생의 많은 시간이 후회와 분노의 나날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시인은 그 모든 나쁜 징후를 사랑의 여율을 공명시키면서, 참자유를 향해 도달해가고 있다. ‘살토 모르탈레’를 외치며 또 다른 의미의 생을 구축하고 있다. 아마 지금 황원교 시인은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이 되어 마음의 힘으로 공간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_ 해설(김석준 시인·문학평론가)중에서
시인의 말
마냥 내리막길인 줄 알았는데…
눈앞에
치명적 도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2024년 가을날
와유당臥遊堂 황원교
시집 속의 시 두 편
소금 자국
육각형의 벌집에 꿀을 채우는 일벌처럼
너는 늘 선한가 때로는 악한가
아니면 늘 악한가 때로는 선한가
너는 미래를 위해 달려왔는가
아니면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는 데 급급하여
지금도 허튼 비질을 계속하는 중인가
구름의 덧없는 풍부함이 결국 빗줄기와 눈송이로 내리듯
만일 냇물과 강물이 달달하다면
바다는 결코 소금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
모든 땀과 눈물 뒤에는 허연 소금 자국이 남듯
생의 고달픔과 괴로움은 핏속에 끈적끈적한 찌꺼기와
뼛속에 숭숭 바람구멍을 남겨 피리 소리를 내게 할 뿐
함부로 해탈과 열반을 말하지 말자!
욕망의 성취에 실패한 현실과 마주할 때
시공을 가득 채운 저 텅 빈 공허만이
죽음과 가장 친한 이웃으로 자리할 뿐
지나온 발자국이 모두 봄
겨우내 빛바랜 누런 가랑잎들을 밀쳐내며
빼꼼히 얼굴 내민 연보랏빛 봄까치꽃
욕정은 푸른 정맥에 주사된 향정신성의약품처럼
온몸으로 속속들이 퍼져나간다
이렇게 또 봄이 오고,
그리운 얼굴들이 꽃처럼 무장무장 피어난다
시간은 직선운동으로 휘모리장단처럼 달려 나가고
시계는 시곗바늘로 원운동을 지속하며 영원을 기약하지만
아아,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시간의 발자국들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구나!
남은 생은 서편 저녁놀을 바라보듯이
제자리에서 발걸음을 동동 구를 뿐
미처 가보지 못한 그 길은
늘 호기심으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우리란 것을
나는 믿는다
차례
1부 타블라 라싸
소금 자국 _19
입춘첩立春帖 _20
말의 시작 _22
까고 있다 _24
거울 사막 _26
타블라 라싸 _27
범종 소리로 날아든 뻐꾸기 _28
바람피리 _30
낮잠 속의 꿈 _33
포시도니아 _34
가을밤 2 _36
지나온 발자국이 모두 봄 _37
스카이 댄서 _38
고양이와 잔나비와 나비 _40
기억과 망각의 힘 _42
2부 카르페 디엠
타오르는 별 _47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에게 _48
강을 건너는 바람 _50
겨울밤은 길고 퍼렇다 _52
구닥다리 팬덤 _54
소리굽쇠 _56
스트롱한 첫 발자국 _59
연쇄반응 _62
21세기의 장자莊子 _63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_64
Y를 기억하는 법 _67
여항閭巷의 밤 풍경 _68
참 알다가도 모르는 일 _70
독거獨居 _72
가까이 보는 운명이란 극劇 _74
3부 아모르 파티
만성 계절병 _79
가난한 사랑의 역사 _80
녹음과 빨간 장미 _81
지구의 목소리 _82
추억의 덕수궁 돌담길 _84
퍼햅스 러브 _86
캣츠아이 성운星雲 _89
아직도 사랑에 목이 탄다 _90
새벽꿈에 아버지를 만나다 _92
결혼식장에서 _94
난세의 기도 _95
디오라마 속의 박제 사자 _96
광주를 지나는 길은 아프다 _98
망자亡者에게 보내는 편지 _101
아무도 물어가지 않을 말 _104
4부 살토 모르탈레
나는 하루에 세 번 무섭다 _109
2022년 핼러윈데이 _110
살토 모르탈레 _112
미스터리 _117
단풍나무 아래에서 묻는 11월 _118
저승꽃 _120
오래된 소원 _122
돈오頓悟 2 _124
가을과 겨울 사이를 서성이다 _126
신新 묵시록 _128
허虛, 상喪, 망忘의 궁극적 목표 _130
오줌을 지리다 _132
어느 시인에게 _134
돌을 보듬고 사는 사람들 _136
영춘화迎春花 _137
해설 _ 사랑 : 타나토스와 에로티시즘 사이에 매개된 존재의 역설 _139
김석준(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황원교
1959년 춘천 출생. 1996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2001년 『문학마을』등단. 시집 『빈집 지키기』『혼자 있는 시간』 『오래된 신발』 『꿈꾸는 중심』 『0.23초』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산문집 『굼벵이의 노래』 『다시 없을 저녁』(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도서 선정). 장편소설 『나무의 몸』. 제3회 청선창작지원 대상, 제5회 청주시인상 수상. 창작지원금 총 7회 수혜.
kcchwk@hanmail.net
아직도 시계탑 아래 서 있습니다
황원교 시집
상상인 시선 051 초판발행 2024년 9월 25일 | 정가 12,000원 | 128*205 | 172쪽
ISBN 979-11-93093-65-8(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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