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여성 사업가의 슈퍼 엘리트 외아들이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자리잡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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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중매쟁이로 소문이 나긴 난 모양이다. 어느 날 한 어머니로부터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기사를 보내겠다더니, 약속한 날 평창동 사무실 앞에는 까만 승용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의 전통 부촌인 성북동은 평창동에서 북악터널만 지나면 금세 닿는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잠시 달리자 산자락 너머로 커다란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 쪽 자동문이 열리고 조금 올라가니, 현관 앞에서 인상 후덕한 여성이 나를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1995년생인 아들은 한국에서 ‘천재’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월반을 해서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미국 명문대에서 전문 분야 박사와 포닥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연봉 100만 달러가 넘는 제의를 받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키가 180cm가 넘고 외모도 준수하다고 한다. 더 놀란 건 내가 방문했던 그 집을 어머니가 장차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는데, 시가가 100억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다.
경상도 출신인 이 어머니는 큰 사업을 일군 여성 사업가다. 탁월한 사업 수완과 운이 더해져 자산 규모가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고 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사업을 하며 혼자 키운 아들은 반듯하고 성실한 청년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 아들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싶어 한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소개를 받았다고 한다. 사회적 위치에 걸맞은 훌륭한 여성들을 만났을 텐데, 그들 역시 한국에서 잘 나가는 여성들이라 굳이 미국으로 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증여할 예정이던 집을 팔아, 미국에 정착할 기반을 마련해 줄 생각이라고 했다.
아들과는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했다. 짧은 통화였지만, 서글서글하고 성품이 좋은 청년이라는 게 느껴졌다.
“제 아들은 겸손하고 성실하고 검소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어머니 역시 같은 분위기의 사람이었다. 진짜 고수들은 이렇듯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부모의 부와 명예를 발판 삼아 자리를 잡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아들은 어머니의 성공과는 별개로,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쌓아가고 있다.
어머니 역시 대단하다고 느꼈다. 자신의 사업을 물려주고 싶고, 아들을 곁에 두고 싶은 마음도 클 텐데, 미국에서 뿌리내리려는 아들을 붙잡지 않는다.
가치와 선택의 기준이 빠르게 달라지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자식을 붙잡는 사랑보다, 자식의 선택을 존중하는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진다. 이 어머니의 결단은 성공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