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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숨죽여 홀로 운 것도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마지막처럼 고백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두려워하며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비로소 알며지는 해를 바라보며나의 심장이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해가 질 때는 밝음과 어둠의 간극에서 삶을 더 깊게 반추하게끔 된다. 노을과 땅거미의 쓸쓸함과 두려움, 그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더 진실해지지 않는가. 모든 것의 실체가 처음과 끝이라는 이 엄연하고 단호한 자연 앞에서 분명하게 삶을 성찰해보고 더듬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는 것, 그렇다. 고귀한 존재로서의 삶과 만남의 소중함, 내가 당신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가장 진솔한 시간이 바로 그 해질녘이리라.
문정희 시인은 전라남도 보성 출생. 1969년 『월간문학』등단. 시집으로 <찔레><아우내의 새><남자를 위하여><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및 시선집 <어린 사랑에>등 다수의 저서.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동국대 문예창작과 겸임 교수. <신지혜.시인>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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