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를 지냅시다
지난 일요일에는 손님 한 분이 그로서리 스토어를 인수하여 개업 고사를 지낸다고 해서 축하 겸 도와주러 갔었다. 미국에 살면서 우리의 민속을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하리라.
고사에 필요한 제물 및 비품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떡과 음식은 떡집에 주문하고 삼색 과일,과자,술,북어 등은 한국 수퍼에서 구입하면 되는데 돼지머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뉴욕 같으면 별 일이 아닌데 한참 떨어진 시골이어서 수요가 없다보니 파는 곳이 없었단다. 할 수 없이 아는 식당에 통사정을 해서 겨우 마련했다는 후일담이다.
필자가 집사가 되어 행사를 진행하였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제물을 큰상에 진설하고 델리를 하는 주방에 조왕상을 차리고 출입구에 뒷전을 보았다. 마침 가게 옆에 수령이 이백년은 됨직한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서낭으로 정하고 상을 차렸다. 한 쪽 켠에는 오래된 우물이 있어서 용왕을 위한 상도 차렸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제례를 시작하였다. 먼저 부정을 쳐낸 후에 경문을 독송하였다. 그 다음에 주인 내외가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 다음 절을 삼배하였다. 그리고 필자가 고사축원문을 낭독하였다. 오늘 아무개가 아메리카 어디에서 영업을 개시하오니 천지신명께서 굽어 살피셔서 일체 재앙은 물리치고 온갖 복은 들어오게 하여 금은옥배가 가득히 복록을 이루게 해달라는 내용이다.
다음에는 아들 삼형제가 잔을 올리고 절을 하였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인데도 엄마 아빠 장사 잘 되게 해달라고 어찌나 열심히 기원하던지 보는 내가 흐뭇하였다. 정성을 다하여 서낭에 축원하고 용신에도 인사를 드린 후에 뒷전을 풀고 행사를 끝냈다.
고사는 전통문화의 하나로서 천지신명께 액운을 막고 행운을 비는 의식을 말한다. 우리 조상님들은 집을 돌보아주는 지킴이 즉 신(神)이 있다고 믿었다. 예컨대, 성주신은 집안의 수호신으로 집안의 길흉화복을 관장한다. 그리고 터에는 터주가, 문에는 문신, 부엌에는 조왕신, 변소에는 측신, 우물에는 용신이 있다. 이러한 신들께 가내의 평안과 행복을 정기적으로 빌었다. 또한 집안에 우환이 발생하였거나 이사나 혼인 등 중대사가 있을 때도 고사를 지냈으며 의식을 행할 때는 목적을 분명히 밝히면서 행하였다.
필자가 어렸을 적에는 동네에서 고사지내는 것을 자주 보았다. 우리 집도 어머니께서 사람들을 불러서 행사를 하면 내가 고사떡을 이웃이나 친척에게 나누어주곤 하였다. 그렇게 흔하게 보던 우리의 민속제례가 허례허식과 미신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나 민족에도 토속신앙은 있게 마련이고 민속으로 자리 잡고 전통문화로 우대를 받아야 마땅한데 어째서 우리의 고유문화가 냉대를 받고 천시를 받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무리 핍박을 해도 용케 살아남는다. 영험하기 때문이다. 일제가 아무리 못 살게 굴어도 살아남았고, 해방 후에 조국근대화 운동에서도 살아남았고, 외래 종교에서 미신과 우상이라고 생떼를 써도 살아남았다. 무속인과 동네 아낙네들이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온 것이다. 조상대대로 모셔온 성주와 조왕을 지켜낸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 집을 보호하는 지킴이를 정성으로 대접하고 복을 비는 마음이 어째서 미신이 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천지가 진동하더라도 제사를 지내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공자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장사가 안 되거나 집안이 편치 않다면 고사 지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제물 몇 가지 준비해서 성주신이나 터주대감에게 진심으로 빌어보자. 효과가 있다. It works!
(문의) 347-732-9232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이메일 jaema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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