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이메일 jaema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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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운명
사람의 한 평생이 태어날 때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이른바 운명론은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다. 부자 팔자로 태어나면 게으름을 피워도 풍족하게 살고, 거지 팔자라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궁색을 면하기 어렵다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 것인가. 억만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이 언제 멈출지를 안다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질까?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선택할 수 없고 이미 쓰여 있는 각본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명부전에 올라가서 문서를 보기 전에는 알 수 있는 길이 없지만, 운명을 정확하게 예언한 사례가 있으니 살펴보기로 한다. (출처: 오백년 기담)
조선 성종조의 재상을 지낸 윤필상(1427-1504)은 젊었을 때 중국에서 이름난 점쟁이를 만나 자신의 운명을 들었다. “평생의 훈명(勳名)은 신하 중 으뜸이나 마침내 삼림(三林) 아래서 죽을 것이오.” 점사의 끝 구절은 다음과 같았다. ‘日洛三林下, 永別一支春’ ‘해가 삼림에 떨어지니 일지춘과 영원히 이별한다’ 라는 말인데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일처리로 세종에서 성종에 이르기까지 여러 임금들의 총애를 받은 윤필상은 결국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영의정에 오른다. 즉 신하 중 으뜸이 된다. 그러나 연산군이 즉위하면서 패망의 길을 걷는다. 폭군 연산군의 생모인 윤씨의 폐위에 연루 되었다는 죄로 전라도 진도로 유배의 길을 떠나게 된다.
진도로 귀양을 가서 한 백성의 집에 기거할 때 집 밖에서 나무하는 아이가 친구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오늘 중림(中林)에 가서 나무 하자.” 윤필상이 주인에게 물었다. “무엇을 중림이라 하오?” 주인이 답하기를, “이곳에 상림 중림 하림이 있사온데 모두 지명입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북경의 점쟁이가 말한 삼림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고을 사또가 마련한 술자리에서 시중을 드는 기생에게 아무 생각 없이 이름을 물었더니 일지춘(一支春)이라 하였다. 점쟁이의 점사 중에 나오는 일지춘이 아닌가. 윤공은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한탄하였다. 다음 날 금부도사가 어명을 받들고 왔다. 윤공은 사약을 마셨으나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서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독약을 먹고 자결하였다.
한편, 폐비 윤씨에게 사약을 내리던 일을 맡았던 조손이 한양에서 점을 쳤더니, 점사의 본구에 “일관에 인수가 둘이고 혼이 백운 가운데서 끊어진다 一官雙印綬, 魂斷白雲中” 라는 구절이 있었다. 한 벼슬에 직책이 둘이라는 점괘대로 조손은 강원도에서 감사와 병마절도사를 겸하였고 마침내 감영에서 사망하였다. 이 감영은 원주 백운산에 있었다.
그리고 남이 장군의 이야기도 있다. 태종의 외손자인 남이는 어려서부터 기상이 남다르고 용기가 출중하여 좌의정 권람이 자신의 딸을 시집보낼 생각으로 당시의 최고 술객인 홍계관에게 물어보았다. “이 사람은 초년에 출세하여 병조 판서가 되겠지만 요절할 팔자입니다. 따님도 명이 짧고 자식이 없으니 두 사람이 혼인하면 반드시 복을 누릴 천생배필입니다.”
권람이 이 말을 좇아 남이를 사위로 삼았다. 그 후 남이는 17세에 장원급제 하였고 이시애를 토벌하고 북방의 적을 정벌한 공으로 병조판서에 임용되었다. 그러나 유자광의 모함으로 대역 죄인이 되어 죽음을 당하니 그때 나이 28세였으며, 그의 아내인 권람의 딸은 이미 수년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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