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점잖은 분이 궁합을 보러 오셨다. 늦장가를 간 남동생 부부의 궁합을 보러 오신 것이다. 본인이 중매를 선 탓에 더 걱정이 되신 모양이다. 남자 사주를 살펴보니 공부도 많이 있고 재물도 있는데 마누라 자리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외국 여자를 만났으면 좋았을 걸 한국 여자를 고집하다가 결혼이 늦었던 것이다.
여자 사주를 살펴보니 한 눈에 명암부집(明暗夫集) 관살혼잡(官殺混雜)이 아닌가. 안팎으로 남자가 우글대는 팔자로서 가정부인으로 적합지 않을뿐더러 시집을 몇 번씩 가도 시원치 않을 화류계에나 어울리는 팔자였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벼르고 별러서 누나가 고른 신부감이 하필이면 본부(本夫) 해로하기 힘든 작부 팔자를 만났다니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두 사람의 궁합을 살펴보니 겉궁합은 합이 되니까 외견상으로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정작 중요한 속궁합에 살(殺)이 끼어 있으니, 극단적으로 말해서 두 사람 사이에 피를 볼 수도 있는 궁합이었다. 보통은 한 쪽이 쓰러지는 불상사를 당한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별거를 하고 있다니 큰 화를 당하지는 않을 듯싶다.
결혼한 후 여태껏 돈타령만 하는 여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필자에게 물어보러 오신 누님에게 뭐라고 그러겠는가. 내가 할 일은 칼로 두부를 자르듯 결정을 짓는 것이다. “잘못된 만남입니다. 애초에 만나지 않았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갈라서는 게 좋겠습니다.”
말은 안 하지만 필자의 속마음은, ‘ 말도 안 되는 결혼입니다. 이 여자는 돈 밖에 모르고 남자가 하나 둘이 아닙니다. 애 낳고 살다가도 바람나서 집 나가는 팔자라구요.’ 지저분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되시는 표정이다.
괘를 뽑아보니 지금은 이혼수가 없다. 내년 구월에 이별수가 있으니 그때 정리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필자가 말씀을 드렸다. 물론 돈이 들겠으니 각오하시라는 말도 덧붙였다.
궁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왜냐하면 멀쩡한 사람이 결혼 잘못해서 망신당하고 곤욕을 치르는 것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하고 여자도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 궁합을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격(格)을 살펴야 한다.
사주팔자는 크게 구분해서 귀격(貴格)과 천격(賤格)으로 나뉜다. 도의(道義)에 맞게 살려고 하는 귀격과 돈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천격으로 나눌 수 있다. 따라서 귀격은 귀격대로, 천격은 천격대로 만나서 혼인하는 것이 서로 편하고 어울린다. 만일 귀격과 천격이 부부가 된다면 서로 불편해서 살지 못한다.
또한 사주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끼리 결혼을 해야 마땅하다. 예컨대 부부궁에 원진살이 있으면 부부사이가 원만치 못할뿐더러 이별하기가 십상이지만, 부부가 모두 원진살이 있으면 살의 흉한 작용이 상쇄되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이다.
아울러 수명의 장단과 자손의 유무도 살펴야 한다. 즉, 과숙살이나 고진살이 있는지 혹은 무자식 팔자인지를 따져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문의) 347-732-9232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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