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인가 숙명인가
올해 마흔 살인 김모 여인이 필자를 찾은 건 한 달 전이다. 곱상한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찬 모습이다. 늘 하던 식으로 사주를 설명하고 한 해 운수를 풀어주는데 대뜸 남편과의 궁합이 어떠하냐고 묻는다. “궁합은 보통입니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궁합이니 이 정도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요.” 결혼할 때 여러 곳에 가서 물어봤는데 다들 무난하다고 했다면서 둘이 잘 살겠냐고 물으면서 한숨을 내쉰다.
남편이 그릇은 크지 않지만 부모 재산을 먹는 팔자로서 평생 먹고 사는 데는 애로가 없어 보인다고 말하니까, 시댁이 부자인데다 남편이 큰 아들이라서 돈 걱정은 하지 않는다며, 그게 바로 문제의 근원이라는 여자의 대답이다.
남편이 미국까지 와서는 일할 생각은 않고 마누라 궁둥이만 따라 다니고, 밥도 턱 밑에 갖다 바쳐야 겨우 먹는 시늉을 하고, 하루 종일 시시콜콜한 일로 말싸움만 하다 보니 이제는 진절머리가 나서 도저히 살 수 없다는 말이다. 여자는 욕심이 많고 뭐든 내 마음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팔자로서 유약한 남편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점괘를 뽑아보니 두 사람 사이에 원진살(怨嗔殺)이 끼여 있다. 원진살이란 서로 원망하고 반목한다는 흉살을 말한다. 안 보면 궁금하고 만나서는 다투고 꼴도 보기 싫은 관계가 되기 십상이다. 궁합에 원진살이 없어도 이처럼 운(運)에서 원진이 들어오니까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혼이 되겠냐고 여자가 묻는다. 당장은 이별수가 없고 빨라야 연말이 되겠는데 열 살 먹은 아들이 걱정이라고 덧붙인다. 왜냐고 묻는 여자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린다. “아들 팔자에 이복형제가 있어요.”
잠시 침묵을 깨고 여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잘 아는 언니가 배다른 형제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봤는데 내 아들이 그런 문제로 시달려서는 안 된다고 펄쩍 뛴다. 이혼을 안 하면 안 했지 자식한테 멍에를 씌울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자른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여자가 다시 찾아왔다. 당분간 떨어져서 냉각기를 가지라는 내 충고대로 남편이 서울에 있는 본가에 다니러 갔는데 결과적으로 문제가 더 커졌단다.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몰라도 시댁 식구는 물론이고 친정에서도 여자를 공격하는 바람에 싸움이 걷잡을 수 없게 되었고 급기야는 이혼하기로 쌍방 합의를 봤다는 말이다.
아이는 여자가 맡기로 하고 각자 재혼을 하더라도 자식을 낳지 않기로 합의조항에 써넣을 작정이란다. 정 못 믿으면 두 사람 모두 불임시술을 하면 되지 않겠냐고 여자가 자신한다. 세상 일이 그렇게 쉽게 될지 매우 의문이다.
위자료를 걱정하면서 대처 방법을 묻는 여자에게는 아랑곳없이 필자의 관심은 아이에게로 쏠린다. 필자가 본대로 사주팔자에 이복형제가 정말 있다면 부모가 이혼하는 게 정해진 순서가 된다. 반대로 부모가 이혼하지 않고 계속 산다면 이복형제가 생길 수 없으니 사주에 있는 이복형제는 유명무실이 아닌가.
어디부터 운명이고 어디까지가 숙명인지 참으로 어렵다. 혹자는 이렇게 비유한다.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멩이,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멩이라고 한다. 운명은 피할 노력을 해 볼 수 있지만 숙명은 꼼짝할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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