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인가 필연인가
추운 겨울밤에 난로가에 앉아서 사주에 관한 한담을 나누다보면 날이 새는 줄도 모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가들의 신변에 얽힌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한다.
우리나라 역학계의 태두라고 할 수 있는 자강 이석영 선생님의 어린 시절 즉, 해방 전 평안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혼기가 찬 손위 누이에게 중매가 들어왔다. 당시에 한학자이셨던 조부께서 두 사람의 궁합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 이 청년이 지금은 돈도 있고 명망도 있고 학교도 마쳤으니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으나, 단명(短命)한 게 흠이야. 거기에 혼사하지 말라. 만약 하면 길녀가 삼십을 못 넘기고 과부가 돼. 그러니까 안 하는 게 좋을거야”
그러나 현실적으로 좋은 사윗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부모님의 심정이었고 또한 본인도 그 곳에 출가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할아버지를 졸라서 다시금 승낙을 청하였다.
조부께서는 “ 허! 운명은 할 수가 없구나. 너희들이 평소에는 내 말을 잘 듣더니 왜 이번에는 그렇게도 안 듣느냐. 쟤는 삼십 전에 과부가 될 팔자이고, 그 청년은 서른셋을 못 넘길 팔자고 보니 기어코 팔자를 못 이겨서 그러는구나. 하늘이 정한 배필인가 보다. 하고 안하는 것은 너희들 마음에 있지 않겠느냐”
마침내 혼인이 성립되었다. 재산도 있고 부부간의 정도 각별하여 부러울 게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 다만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기묘년(1939년)에 아들을 낳았다.
한편, 자강 선생은 기묘년에 사주의 명인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던 김선영 선생을 친구와 함께 찾아간 일이 있었다. 가서 보니 맹인이어서 내심 눈 먼 사람이 보면 얼마나 볼까 싶었다. 사주를 부르라는 김선생의 일갈에 친구가 “병진(丙辰) 신축(辛丑)에 임신(壬申)임인(壬寅) 이외다”하고 건넸다.
“자세히 들으시오” 하더니 “부친은 다리를 절고 처는 눈을 멀었소. 집안에 불구자가 왜 이리 많아.” 사실 친구의 부친은 다리를 절었지만 처는 장님이 아니었다. 친구가 대꾸하기를 “부친은 그렇소만 처는 그렇지 않수다” 김선생이 대뜸 “신사년 가 보시오” 그 후 과연 신사년(1941년)에 장님이 되었다.
친구가 보고난 다음 자강선생이 매형의 사주를 불러 주었다. “왜 죽은 사주를 볼라구 하시우? ” “죽기는 왜 죽어요. 살아있는 사람인데요.” “참 딱하시군. 지금 살아있는 것은 나도 알고 있소. 하지만 금년을 못 넘길 것이니, 아무리해도 섣달을 못 넘길걸 무슨 사주를 본단 말이요.” 결국 매형은 섣달 그믐날에 돌아가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자강 선생의 사주를 불러 주었더니, “ 이 사람은 남쪽에 가서 사주보아 먹을 사주요. 사주보면 이름 높이 날거요.” 자강 선생은 6.25동란 후 남쪽으로 피난 와서 역학계의 큰 별이 되셨다. 전쟁이 나지 않았더라면 부잣집 아들이 사주 봐서 먹고살 일은 없었을 게 아닌가.
조부님 말씀과 김선영 선생의 예언이 모두 정확하게 맞았는데 이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연은 필연의 범주 내에 있고 필연은 우연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니, 즉 우연인가 하면 필연이요 필연인가 하면 우연인 것이 세상의 오묘한 이치이다.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이메일 jaemakim@yahoo.com
Contact Us : 고객센터문의, Tel: 대표 201-674-5611
E-mail: lakorea77@gmail.com, 빠른카톡상담ID : newyorkkorea
미국최대 대표포털 LA코리아는 미국법률변호사고문 및 미국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컨텐츠 및 기사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