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여인
첫눈에 얌전하다는 느낌이 드는 손님이다. 뉴욕에 사는 여자치고는 세련된 복장이다. 사실 대한민국만큼 옷 잘 입고 다니는 나라도 또 없겠지만, 미국 여자들 차림새는 참으로 검소하다. 직장 다니랴 살림하랴 먹고 살기 힘들어서 멋을 낼 여유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평생 교회에 다녀서 이런 데 올 생각을 못했다면서 소위 말하는 팔자가 알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하느님께 죄를 짓는 것 같아서 가슴이 떨린다고도 한다. 편견에 사로잡힌 가여운 중생이다. 그쪽 동네에서 일컫는 미신이 때로는 진리가 될 수도 있음을 왜 모르는가. 이런 손님을 만나면 필자도 맞혀야 한다는 분발심이 더욱 생긴다.
사주를 세워보니 기해(己亥) 기사(己巳) 신해(辛亥) 병신(丙申)이다. 사주가 탁하다. 무슨 놈의 살(殺)이 이리도 많은가. 지지(地支)는 온통 지살(地殺)과 역마살로 이루어졌으니 만리타국에 사는 것은 물론이다. 아주 신약한 사주가 상충까지 당했으니 모진 풍파를 어찌 견뎠을까 싶다.
그야말로 파란만장이다. 여자 혼자서 험한 이민생활을 어찌 했을까. 몸에도 칼을 여러 번 대는 팔자로서 특히 자궁을 조심해야 한다. 인수인 기토(己土)는 뿌리가 상했으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부모 복이 없다는 말이다.
모름지기 여자 사주에서는 남편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관성인 사화(巳火)가 양쪽의 해수(亥水)로부터 상충을 당했으니 온전할 리 없다. 아이 낳고 남편과 헤어지는 팔자이다. 관성이 공망(空亡)인데다 상관의 공격까지 받으니 어떤 남자가 버티겠는가. 남편 잡아먹는 여편네라는 소리 많이 들었겠다. 관성이 수극화(水剋火)를 당했으니 물에 빠지지 않으면 술로 가게 되어있다.
신해 일주는 본래 고란살로서 남자 때문에 고통 받는 외로운 팔자가 많다. 그래서 여승이나 수녀 중에 고란살을 가진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이 부인은 병화(丙火)가 바로 옆에서 일주를 합하고 있으니 수절도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로 남자들이 파리떼 처럼 달라붙는 실정이라고 한다.
쉽게쉽게 사주를 설명하니까 속이 시원하다고 하면서 바싹 다가앉는다. 어려서 부모와 떨어져 살았고, 남편이 술 때문에 일찍 돌아갔으며, 크고 작은 수술을 세 번 했고 자궁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정말 팔자 탓인 모양이라면서 경계심을 풀더니 재물은 어떻냐고 묻는다.
이 사주에서 재물은 갑목(甲木)인데 다행히 해수에 복장되어 있다. 안전하다는 말이다. 사해충에도 부서지지 않는다. 이렇게 지지 암장에 숨어있는 재물은 밖으로 드러난 장사를 해서는 안 된다. 주식이나 돈놀이를 해서도 안 된다.
부동산같이 움직이지 않는 아이템이 제격이다. 정말로 그렇다면서 맞장구를 친다. 예전에 옷장사도 하고 먹는 장사도 해봤지만 모두 실패하였고, 집장사를 해서는 재미를 봐서 그나마 재산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 나이 오십이라 아직도 새털같이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독수공방은 힘들겠고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도무지 자신이 없다. 먹고살 염려도 없고 인물도 빠지지 않지만 팔자 센 여자의 자격지심이 손사래를 치게 만든다. 남편한테 생활비 받아서 살림 한번 해봤으면 원이 없겠다면서 한숨을 짓는 모습이 애처롭다.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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