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문 관 (易門關)
봄비치고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워싱턴에는 벚꽃이 한창인데 우리 집 화단에는 이제야 개나리가 피기 시작한다. 필자를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이 좋아졌다 아니면 편해 보인다고 말을 한다. 집 사람은 내가 살이 쪘다는 말이라고 핀잔을 주지만, 나라고 왜 고민이 없고 걱정이 없을까.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언제나 게으름이 문제다. 칼럼만 해도 그렇다. 마감이 코앞에 닥쳐야 키보드 앞에서 겨우 꼼지락거린다.
문득 역문관(易門關)이 생각난다. 역문관은 도계 박재완 선생의 제자인 류충엽 선생이 몸담고 있던 자리로서 정,재계의 유명 인사들이 많이 찾던 문복가(問卜家)였다. 집도 초라하고 화장실도 수세식이 아니건만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양반들이 당연히 들렀던 곳이다.
그 스승에 제자라고 꼿꼿하기가 대쪽 같고, 눈에 정신이 살아있고 음성에서는 쇳소리가 나는 천재형이다. 비록 몸은 불구이지만 머리회전은 남달랐고 해학을 아는 도인이다.
필자가 임신년(1992) 정초에 신년운수를 보러 갔을 때 선생께서 내게 당부하던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다. 밑도 끝도 없이 내게 그러셨다. 점업(占業)이란 본래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하는 게지 사지육신이 멀쩡한 젊은 사람이 넘볼 일은 아니라고 말이다.
나는 그저 신수만 보러 갔을 뿐인데 명리는 무엇이고 평생사주가 무엇인지 등 엉뚱한 말씀을 하셔서 어리둥절했다. 나는 점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은 꿈도 꿔보지 않았는데, 선생은 내가 마치 사주를 공부해서 생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으로 보셨던 것이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손님에게 몇 마디 하지도 않고 복채는 다락같이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 역문관이다. 밖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건만 웬일인지 나한테는 특별대접이었다. 삼십 분이 넘게 이런저런 말씀 끝에 올 유월에 교통사고가 크게 나겠다고 하시면서 죽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그때 뽑으신 점괘가 화천대유(火天大有)였다. 무슨 뜻이냐고 여쭈었더니 해가 중천에 높이 떴으니 길조라고 하시면서 웃으셨다. 적어주신 종이를 여태 보관하고 있는데 가끔씩 꺼내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역학을 공부해서 술객이 될 것을 예견하셨고 또한 교통사고가 언제 일어날지도 정확하게 맞혔던 것이다.
그해 6월 25일에 나는 자동차로 전봇대를 들이받고는 의식불명에 빠졌다. 몸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안 다친 곳이 없었다. 사흘 후에 정신을 차렸는데 나는 이미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내 몸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동안 진짜 나는 다른 세상을 경험하였다. 그게 환상이래도 좋고 환각이래도 상관없다. 나는 분명히 보았고 생시처럼 느꼈다. 죽음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단지 이동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듬해 정초 역문관에 갈 때는 집사람과 함께 갔었다. 점괘대로 사고가 났지만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환영해 주셨다. 아내의 사주를 풀어 주시면서 귀한 집 딸이 고생이 많다면서 가엾다는 말씀을 자꾸 하셨다. 종내는 복채도 받지 않으셔서 얼마나 난처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태가 지나지 않아 나는 역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역문관은 아니었다. 인연이 없었던 것이다. 직접 배우지는 않았지만 류충엽 선생은 내게 스승 같은 분이다. 배울 점이 많아서이다. 다방면에 박식하고 문장이 참 좋다. 생전에 ‘역문관야화’ 라는 글을 잡지에 게재하셔서 세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나는 언제나 그처럼 유려한 문체를 쓸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동윤 역학 전문가
.부산출생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미주세계일보><워싱턴중앙일보>
.<뉴욕중앙일보>에 '김동윤의 역학' 고정칼럼 연재
.도서출판 윤성 대표
.현재 운수 좋은 집 대표
.전화 347-732-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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