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학(易學) 선생이다. 방대한 역학 속에서 사주명리학과 풍수 그리고 복서학(卜筮學)을 가르친다. 타고난 운명을 논하고 미래의 일을 점치는 신비의 학문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소중한 문화유산인 역학을 보급발전 시키고자 애쓰는 사람이다.
본래 교육이란 자신의 인생에 꿈을 가진 선생만이 할 수 있는, 다시 말해서 ‘나를 보고 배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거늘 천학비재한 필자가 교육자의 자격이 있는지 모른다. 다만 지혜의 학문인 역학을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이 빚어낸 결과이다.
필자는 역학을 재미있게 공부하였다. 세상에 이렇게도 신기한 공부가 있을까 싶었고 선생님 말씀이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고시공부 하듯 하루 종일 책을 끼고 있었지만 지겹기는커녕 하나라도 더 익히려고 오가는 지하철 속에서도 암기사항을 점검하곤 하였다. 덕분에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시작하였지만 단시간에 선배들을 따라잡았던 것이다.
독학이 불가능한 역학은 선생을 잘 만나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 그 점에서 필자는 운이 참 좋았다. 기초부터 최고의 선생님의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생을 잘못 만나 그릇된 지식을 배우고 나중에 오류를 고치느라고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기 일쑤인데 반하여. 나는 역학계의 태두이신 자강 이석영 선생님의 수제자인 김석환 선생님 밑에서 만 이년을 불철주야 역학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선생팔자를 타고난 필자는 가르치기를 좋아한다. 맹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 즉 군자가 지니는 즐거움 중에서 세 번째인 천하의 영재를 모아 교육시키는 즐거움을 우선으로 친다는 말이다. 교육의 보람은 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을 가르치다보면 저절로 내 공부를 점검할 수 있어서 좋다.
남을 이해시키려면 쉽게 설명하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내가 확연히 알아야 하고 설명이 조금이라도 막힌다면 내가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와 달리 역학은 어느 수준에 다다르면 선생의 지도를 받기 매우 어렵다. 위로 올라갈수록 수수께끼 천지라서 선생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한 걸음도 나아가기가 힘들게 마련인데 웬만한 선생들은 잘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몰라서도 그렇고 가르쳐주기 싫어서도 그렇다. 천기누설 운운하는 사람들은 모른다고 보면 된다.
혼자서 난관을 뚫으려면 많은 세월이 필요하고 만약 통과하였더라도 그 때는 이미 늙은 몸이 되어 무슨 소용이 되겠는가. 예전의 고수들은 그러하였다. 심지어 자식한테도 물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역학이 발전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설령 하늘과 땅을 움직이는 이치를 통달하는 비결이 있더라도, 세상사를 해결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한낱 쓰레기에 불과하다. 추길피흉(趨吉避凶)은 고사하고 사람들의 행복증진에 보탬이 안 된다면 어떤 고담준론도 필요 없다는 말이다.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가르쳐 주는 게 선생의 도리이다. 쓰임을 다한 지식과 정보는 세상에 나누어주는 게 마땅하고, 연후에 새로운 지혜가 빈자리를 채워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얼마든지 퍼줄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