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팔리지 않는다고 사방에서 아우성이다. 비즈니스가 안 팔려서 동분서주하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가 풀려야 돈이 돌아서 경제가 좋아질 것은 빤한 이치인데도 도무지 나아질 기색이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늘만 쳐다본들 무엇하랴.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법이다. 필자에게 달려와서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하소연을 하는데 나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매매 운세를 알아보아야 한다. 팔릴 운이 언제 들어오는지를 알고 난 연후에 무슨 방법을 쓰는 것이지 무턱대고 수단을 강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누구는 무슨 방법을 써서 효험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내게 넌지시 비방(秘方)을 써 줄 것을 부탁하는 손님들이 가끔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팔릴 때가 되어서 팔린 것이지 비술 때문에 물건이 팔린 것은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매매 운은 일 년에 두 차례 찾아온다. 운이 들어올 때 구매자가 나서게 마련인데 물건을 꼭 팔아야 될 상황이라면 욕심을 버리고 상대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한 번을 놓치면 반년을 기다려야 또 다른 기회가 오므로 첫 번째 찬스를 어떡하든 잡아야 한다.
그러자면 작전을 잘 세워야 한다. 마켓에 내놓는 시기, 가격, 부동산 에이전트, 광고매체 등을 전문가와 상의해서 꼼꼼히 챙긴 연후에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순서다.
매매 운이 있다고 해서 물건이 그냥 팔리는 것은 아니다. 합격할 운이 있다고 해서 공부도 안 하는데 무조건하고 학교에 붙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잘 났다고 해서 세상일을 혼자서 할 수 없듯이 집이나 가게를 팔려면 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특히 운세가 불리할 때는 더욱 그렇다. 터주나 지신에게 정성으로 대접하면서 도움을 청하면 돕지 않을 까닭이 없다. 어렵게 생각할 것은 없다. 간단하게 비는 식으로 행할 경우 팥시루, 밥 다섯 그릇, 과일, 나물 등을 차리고 막걸리 한 양재기를 올리면서 진심으로 빌면 효험을 볼 수 있다. 아무리 팔릴 운이 있어도 터주대감이 틀고 앉으면 되는 일도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식당이나 미용실 또는 세탁소에서 쓰는 가위를 출입문 위에 거꾸로 매달아 놓고 매매 부적을 붙였더니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예전에는 농가에서 사용하던 소 꼬두레를 문 위에 걸어놓기도 했고, 나무 도마 네 귀퉁이에 구멍을 뚫어 산초씨를 박아놓고 도마 위에 부적을 붙인 다음 불에 태우기도 하였다. 소위 말하는 비방이나 비술은 지방마다 다르고 매매 부적만 하더라도 수 백 종류는 족히 될 것이다.
어떤 방법을 쓸지는 자유이지만 매매 운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결국은 운수소관이라는 말이다. 시각장애인이 쓰는 지팡이를 훔쳐다가 가게에 놓으면 매매가 쉽게 성사된다는 말도 들었는데 깨름칙해서 내가 시도해 본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