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떠납시다
양춘길 목사님(필그림교회)
연말이 되면 일본인 작가 미우라 아야꼬의 작품 “빙점”이 생각나곤 합니다. 학창시절에 읽었지만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아직도 눈에 선하게
떠오를 정도로 깊은 감명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첩의 딸이란 것을 알게 된 주인공 여인이 자살을 결심하고 눈길을 걷는 장면입니다. 언덕 위
로 걸어 올라간 그녀는 뒤 돌아서서 자신이 걸어온 눈 위의 발자국을 보며 새롭게 놀랍니다. 자신은 똑바로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비
뚤어지고 일그러진 발자국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그녀는 어머니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됩니다.
2009년을 새해로 맞이하여 출발할 때 우리 앞에는 아무도 밟아보지 않은 새하얀 1년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우리는 해가 바뀌는 언덕 위에 서서 지난 365일의 발자취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우리는 묵은해를 보내고 2010년 새해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전에 우리들이 해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새해의 순례여정을 진정한 감사와 희망, 자유와 확신으로 출발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을 버리는 작업입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One Step Closer)"의 표어 아래, 하나님께로 더 나아가기를 결단하고 출발한 2009년의 발자취를 돌아봅니다. 곳곳에 때 묻고 헝클어진 죄악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곁길로 나아가 비뚤어지고 이탈했던 욕심과 정욕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이웃의 실수와 허물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난하며 정죄했던 아집과 교만의 발자국이 보입니다. 받은 상처와 아픔으로 인해 오래 머물렀던 원망과 미움의 발자국도 보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 모든 발자국들을 버리고 새로운 출발을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죄악의 발자국, 아집과 교망의 발자국을 십자가 앞에 다 내려놓고 떠나야 하겠습니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내 눈의 들보를 보면서 가족과 이웃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원망과 미움의 발자국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팔순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정하신 한 어른에게 건강의 비결을 물었더니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욕심, 후회, 원망, 미움, 분노와 섭섭함의 무거운 짐을 다 버릴 때 건강한 새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진정한 기쁨과 소망, 사랑과 능력이 되시는 주님과 함께 출발하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것을 훌훌 떨쳐 버리고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만 바라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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