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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마늘촛불
복효근
삼겹살 함께 싸 먹으라고 얇게 저며 내 놓은 마늘쪽 초록색 심지 같은 것이 뾰족하니 박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이 마늘어미의 태 안에 앉아 있는 마늘아기와 같은 것인데 알을 잔뜩 품은 굴비를 구워 먹을 때처럼 속이 짜안하니 코끝을 울린다 무심코 된장에 찍어 씹어 삼키는데 들이킨 소주 때문인지 그 초록색 심지에 불이 붙었는지 그 무슨 비애 같은 것이 뉘우침 같은 것이 촛불처럼 내 안의 어둠을 살짝 걷어내면서 헛헛한 속을 밝히는 것 같아서 나도 누구에겐가 싹이 막 돋기 시작한 마늘처럼 조금은 매콤하게 조금은 아릿하면서 그리고 조금은 환하게 불 밝히는 사랑이고 싶은 것이다
--------------------푸근하다. 누군가에게 촛불이 되어주는 것만큼 따스한 일이 또 있을까. 상위에 오른 작은 마늘 한쪽 속에 사랑의 심지가 자리하고 있었다니, 그것이 바로 마늘 촛불이라니! 세상에 지친 어깨를 보듬어주고 어둠을 환히 밝혀줄 촛불이 되어, 내가 너에게 또한 네가 나에게 서로 작은 사랑이나마 비추어줄 수 있다면 이런 세상이야말로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며, 언제라도 사람이 사람을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살만한 촛불세상 아닌가.
복효근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 1991년『시와 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버마재비 사랑><새에 대한 반성><목련꽃 브라자><어느 대나무의 고백><마늘촛불>등이 있으며 편운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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