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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쇠재두루미떼를 따라 날다
이수익
쇠재두루미떼가 히말라야산맥 가파른직립의 고도를 넘어가고 있다계절을 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습성,떼는 대오를 지어 날며 생명의 상형문자를 저 높은하늘벼랑에 찍고 있다연회색 날개가 퍼덕이며 소리 내어 읽는 일련의 문장들이점점의 약호(略號)가 되어 뿌려지는,시퍼런 장천(長天)
운명은 이런 것이다 결연함만이 우리를 살게 하거나혹은, 깨끗이 죽게 할 수 있다따뜻한 상승기류를 타고 쇠재두루미떼가 날아오르는 동안에도어느 순간 폭풍과 난기류가 유령처럼 와락 나타날 수 있으므로검독수리의 날카로운 주둥이와 발톱이 그들을 덮칠 수도 있으므로날갯짓 하나하나는 운명을 건 약속, 물러설 수 없는 길을바로 지금, 시간의 바퀴에 굴리며 가야 한다
만년의 침묵 하얗게 내뿜는 히말라야 산맥고산준봉 너머로쇠재두루미떼 행렬이 유랑의 무리처럼 까마득히 물결치며 날고 있다새들과 산맥 사이의 공간에, 생사를 건 팽팽한 대치가서로를 긴밀하게 빨아들이고 있다, 아니, 밀어내고 있다가깝게, 때로는 멀리 파도치는 그들의 윤무가, 바로 생이다!
50인치 모니터 화면을 덮고 있는 장대한 백색 풍경속에서 나는, 멀어져가는 쇠재두루미떼의 날갯짓을 떠받치고 싶어기를 쓴다탁자 위 유리컵이 굴러 떨어지며 소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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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떼나 인간이나 생명을 달고 나온 운명들은 왜 이리 절박한가. 숭고한가. 산맥을 넘는 팽팽한 날갯짓과 무리를 이루어 윤무하는 쇠재두루미떼, 그 '날갯짓 하나하나는 운명을 건 약속'인 것이다.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그 생 앞에서의 숙연함과 장엄함에 대하여, 그저 심장이 딱 정지될 듯 싶지 않은가.
이수익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 1963년 『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야간 열차><슬픔의 핵(核)><그리고 너를 위하여><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꽃나무 아래의 키스> 및 다수가 있으며, 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정지용문학상,지훈상,한국시인협회상,공초문학상,이형기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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