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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물의 집
박제천
빈 방에서 새소리가 도란도란 흘러나온다 들여다보니 백자주전자에서 퍼져 나오는 은은한 향기 새소리는 간 데 없다 작설차를 우리는 동안 참새 입술 닮은 잎들이 정담을 나누었나 무심히 주전자 안을 들여다보니 물 속에 무슨 소리의 무늬가 설핏 보이는 듯싶다 우듬지 가득 받아든 햇빛, 뿌리가 탱탱하게 빨아올린 땅속 어둠이 서로 섞여들며 물이 하고 싶은 소리, 잎이 하고 싶은 소리를 물무늬 지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이다 사람 몸 속 어둠을 다 씻어야 해 맑은 기운으로 온몸을 감싸 돌아야 해 그 소리 귀 기울이다보니 참 착하다. 참 맛있다 백자 주전자를 기울여 맛깔 난 소리를 잔에 가득 채우는 이 황홀 나는 오늘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물의 말을, 새소리처럼 맑은 잎들의 말을 배부르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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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향기에 취한다. 생명의 원천인 물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보라. 더욱이 물과 찻잎이 서로 어우러지는 그 진경을 보셨는가. 물의 대화법이 이토록 향기로웠구나. 백자주전자 속에서 경이로운 소리를 주고받으며 작설차를 우려낸다. 신선이 따로 있는가. '물이 하고 싶은 소리, 잎이 하고 싶은 소리'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며 '맛깔 난 소리'에 이 세상 수심이 일거에 모두 씻겨나갈 것이다.
박제천 시인은 서울 출생. 1966년 [현대문학]추천완료. <莊子詩> <心法> <律> <달은 즈믄 가람에> <어둠보다 멀리> <노자 시편><[너의 이름 나의 시> <푸른 별의 열두 가지 지옥에서> <나무 사리> <SF-교감><아>등, 다수 시집및 시선집 등 번역서가 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녹원문학상,월탄문학상,윤동주문학상,공초문학상등을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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