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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모자이크
박건호
얼마 전에 가슴 뼈를 톱으로 자르고 심장으로 통하는 두 개의 관상동맥을 교체했다 옛날 같으면 벌써 죽어야 했을 목숨 그저 황송할 따름이다 어릴 때는 생각이나 했던가 팔이 부러지면 다시 붙듯 목숨은 다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사금파리를 딛어 발이 찢어졌을 때는 망초를 바르고 까닭없이 슬퍼지는 날이면 하늘을 보았다 그러나 나는 커가면서 계속 망가져 갔다 오른 쪽 수족이 마비되고 언어장애가 일어나고 아무 잘못도 없이 시신경이 막히면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설상가상 어릴 때부터 아파오던 만성신부전이 악화되어 콩팥도 남의 것으로 바꿔 달았다 누구는 나를 인간승리라고도 하지만 이건 운명에 대한 대반란이다 신이 만든 것은 이미 폐기처분되고 인간이 고쳐 만든 모자이크 인생이다 그렇다고 나를 두고 중세기 성당 벽화를 생각하지는 마라 모자이크가 얼마나 눈물겨운 것인지 너희들은 모른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병동에서 톱으로 자른 가슴 뼈를 철사줄로 동여 매고 죽기보다 어렵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을 구소련 여군 장교같은 담당 간호사도 모른다 밤새 건너편 병실에서는 첨단의학의 힘으로 살아나던 환자가 인간의 부주의로 죽어 나갔다 나는 급한 마음에 걸어온 길을 돌아다 본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 생사가 엇갈리는 절박한 투병의 삶을 경험한 이들은 이해할 것이다. 삶과 죽음의 간극을 왕래하던 그 심적 고독의 극한을. 하지만 시인은 고통을 극복하고 불굴의 투혼으로 시를 쓰고 절절한 노래로 타의 심금을 그토록 울려주고 있지 않은가. 이 영원한 시편들이야말로, 쓰러지고 절망하는 이들의 가슴에 꺼짐없는 혼불을 환히 밝히고 또 쓰린 상처들을 시공없이 따스하게 위무해 줄 것이다.
박건호 시인은 강원도 원주 출생. 시인이며 작사가. 대한민국가요 3천여곡 발표. 시집으로<'영원의 디딤돌><타다가 남은 것들><나비전설><딸랑딸랑 나귀의 방울소리 위에> <그리운 것은 오래 전에 떠났다>등 10권의 시집, 투병기 및 에세이집<너와 함께 기뻐하리라><나는 허수아비>등. KBS 올해의 최고인기상, KBS 가요대상, 카톨릭가요대상,ABU가요제그랑프리,국무총리상,한국방송협회아름다운노래대상,한국최고인기연예대상'명예의전당상'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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