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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낡은 의자를 위한 저녁기도
정호승그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더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땅속 깊이깊이 실뿌리를 내리기를실뿌리에 매달린 눈물들은 모두 작은 미소가 되어복사꽃처럼 환하게 땅속을 밝히기를
그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히 바람에 흔들리기를더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쉬어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
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 이 의자에 대하여 조용히 묵상해 보라. 혹여 세상 의자를 차지하려고만 허둥지둥 달려오지는 않았는가. 지금껏 내가 앉았던 무수한 의자들처럼 나도 과연 가난한 타인을 앉혀주는 그런 의자가 되어본 적 있었던가. 이 시가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산다는 게 뭔가. '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자각과 통찰이 절절이 스며든다.
정호승 시인은 대구 출생. 1982년[조선일보]신춘문예 소설 당선. 1973년 [대한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1972년 [한국일보]동시 당선.시집으로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이 짧은 시간 동안> 등이 있으며,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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