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의 뱃속에서 낟알과 지렁이가 섞이고 있을 때
차창룡
강가에 물고기 잡으러 가던 고양이를 친 트럭은놀라서 엉덩이를 약간 씰룩거렸지만아무렇지도 않게 북으로 질주한다숲으로 가던 토끼는 차바퀴가 몸 위를 지날 때마다작아지고 작아져서 공기가 되어가고 있다흰 구름이 토끼 모양을 만들었다짐승들의 장례식이 이렇게 바뀌었구나긴 차량행렬이 곧 조문행렬이었다시체를 밟지 않으려고 조심해도 소용없다자동차가 질주할 때마다 태어나는 바람이고양이와 토끼와 개의 몸을 조금씩 갉아먹는다고양이와 토끼와 개의 가족들은 멀리서 바라볼 뿐시체라도 거두려고 하다간 줄초상난다장례식은 쉬 끝나지 않는다며칠이고 자유로를 뒹글면서살점을 하나하나 내던지는 고양이 아닌 고양이개 아닌 개 토끼 아닌 토끼인 채로 하루하루하루하루 석양만이 얼굴을 붉히며 운다남북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기러기의 뱃속에서낟알과 지렁이가 뒤섞이고 있을 때출판단지 진입로에서도살쾡이의 풍장風葬이 열하루째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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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며칠 전에 도로에서 차에 치인 사슴 한 마리를 본적이 있다. 그 육신 또한 천지 사방으로 흩어지며 풍장으로 사라지고 말리라. 이기적 인간에 의해 문명은 가속화되고, 비대해진 인간의 욕망과 권력은 기어코 생태계에서 독재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생명체들이 한 생태계촌에서 거주하며 공존해야 할 그러한 책임은 과연 누가 책임져야 마땅할 것인가, 실로 진지하게 자성해보아야만 하리.
차창룡 시인은 전남 곡성 출생. 조선대 법학과 졸업,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89년『문학과사회』로 등단. 1994년《세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당선. 시집 <해가 지지 않는 쟁기질>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나무 물고기> <고시원은 괜찮아요>가 있으며 저서로<인도신화기행>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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