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 속의 말뚝을 위하여
이윤학
저 머리들은망치 자국을 가지고 있다넓은 손바닥을 펴 들고 있다
퉁퉁 불은,저 말뚝들은 썩어가고 있다
푸르른 이끼들,무수한 망치 자국을 떠받들고 있다
말뚝들은무너지는 육체와 정신의경계에서 견디고 있다
터질 듯한 배때기,허물어지는 경계에힘겹게 매달려 있는 단추들! 옷이찢어져도 떨어지지 않는다
언제나 나에게 독기를 불어넣어 주는 고통이여,나를 비켜가지 말아라
터진 뚝은 다시 터진다, 홍수는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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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생각 여하에 달려있는 것, 똑같은 시간일 지라도, 자신의 인생살이에 대해 얼마만큼 능동적인가 또는 수동적인가에 따라 생이 좌우되는 것임을, 그러므로 제아무리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고통스러운 순간일지라도 결단코 뒤로 물러서지 말라고 시인은 위무해준다. 저 진흙탕 속의 말뚝처럼, 오직 정면으로 똑바로 마주하는 자세, 그 고통을 온전히 껴안는 당찬 의지를, 그렇다. ‘언제나 나에게 독기를 불어넣어 주는 고통이여, / 나를 비켜가지 말아라’
이윤학 시인은 충남 홍성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1990년 『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가 있으며,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동화 <왕따>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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