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달이 나를 기다린다
남진우
어느 날 나는 달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이라고 생각했다
그 구멍으로 몸 잃은 영혼들이 빛을 보고 몰려드는 날벌레처럼 날아가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달이 둥그러지는 동안 영혼은 쉽게 지상을 떠나지만 보름에서 그믐까지 벌레구멍은 점차 닫혀진다 비좁은 그 틈을 지나 광막한 저 세상으로 날아간 영혼은 무엇을 보게 될까
깊은 밤 귀 기울이면 사각사각 달벌레들이 밤하늘의 구멍을 갉아먹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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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 속에 구멍 뚫린 저 만월을 바라보라. 제아무리 과학이 달의 신비를 명명백백 밝혀낸다 할지라도, 달에 관한 상상의 자유와 미학적 세계, 그리고 아름다운 신화와 전설의 세계는 영구히 변질되지 않은 채, 우리 영혼과 감성의 길을 개안시켜 주는 것. 시인은 달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이며, 그 구멍을 통해 영혼이 이생에서 저 생으로 빠져나가게 되는 바로 그 출구인 것이라고 깊이 통찰하고 있다. 달의 구멍과 달벌레라니! 저 달 구멍을 들여다보며, 또한 저 ‘달벌레들이 밤하늘의 구멍을 갉아먹는 소리’에 귀를 세우고 가만히 엿들어보라.
남진우 시인은 전북 전주 출생. 198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 시가, 1983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 시집으로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죽은 자를 위한 기도><타오르는 책><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사랑의 어두운 저편>등이 있으며,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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