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씨와 모 씨에게 - 송병숙 시집
(상상인 시인선 046)
모 씨와 모 씨에게
송병숙 시집
상상인 시인선 046 | 2023년 12월 16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128*205 | 142쪽
ISBN 979-11-93093-32-0(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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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 씨와 모 씨에게』는 이 세계의 진리는 다수이며 그것이 자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직관하는 시집이다. 송병숙 시인은 오직 씀으로써 시 쓰기의 ‘과정’에 자신이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소한 일상사와 인연을 소재로 시를 썼을지라도 그의 시는 애초에 우주적 연결망 안에서 발아한 것이다. 자신을 찾아가는 구법 여행과 자유를 분리하지 않으므로 그의 시 쓰기는 무수한 타자들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언어라 할 수 있다.
모 씨에게로 향하는 시인의 발화에서 누구든 모 씨로 참여가 가능하기에 이 시집은 모든 모 씨들에게 공평하게 가닿아야 할 언어로 채워져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언어는 번번이 시인에게 의심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그 의심이 불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관념을 벗어난다. 이전에 썼던 언어를 반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부단히 자신의 언어를 되돌아보면서 수정한다는 점에서 시인에게 언어는 그 자체로 성찰과 반성의 기제다.
우리의 생애는 상처로 얼룩져 있기에 곁을 불러들이는 언어가 언제든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다름 아닌 한 줄의 시구절이나 한 편의 시일 수 있음을 이 시집은 진정 어린 마음으로 전한다.
- 김효숙(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꿈틀거린다
떨림이 사라지면 바로 울타리 밖으로 온몸을 밀어내는
경계인, 불안이 숙명이다
온몸 쩡쩡 얼어붙을 때
먼 길 돌아 당신에게 간다
목숨 태워 발등을 비춘다
떨림이 힘이다
2023년 12월
송병숙
시집 속으로
어둠 속에 섬처럼 흔들리는 것들이 있다
제 할 일 다 하고도 사라지거나 다가오지 못하는
조각조각 부서지는 영상을 본다
디지로그 속 낭만적 거짓 세상에서 ‘및’이 조각들과 나란히 걸어간다
갓난아기를 업듯 가진 무게를 다 받아줄 수는 없지만
걸치고 나면 한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및’
사이가 돈독해진 이웃들이 이웃을 부른다
그리고, 또, 그밖에
뛰어내린 햇살이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에서 그네를 타듯
한 덩어리로 출렁이는 끈끈한 적수들
오늘도 독립을 꿈꾸는 ‘및’이 모 씨와 모 씨에게 지친 어깨를 내주고 있다
그러고도, 그러지 않고도 싶은 저녁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버리지 않아도 되는
대체 공휴일 같은 평화주의자가
결단을 유보한 채 건들거리며 걸어간다
-「및」 전문
껍질에 불을 붙이면 사부작사부작 노래를 하지
멀리 불 밝히고 마지막 한 문장이 남을 때까지 갈등하지
내가 원한다고 그가 원하는 것은 아니니까
바람 불면 11월이 해진 가슴을 토닥이지
우선이 아니면 차선을 일깨워 새로운 자세를 가다듬지
모든 시작은 자작나무니까
-「오검문자를 읽다 1 -의 비밀」 부분
ᚙ의 말
배회한다
여덟 개의 막대가 바다 위에 만든 열두 개의 구멍을 품고 바다의 살점을 이야기한다 블루와 그린을 조금씩 닮은 바다가 날실과 씨실의 속살을 슬그머니 드러내는 새벽
(중략)
호기심이 많은 아이가 살고 있는 바다
매운 기운을 회오리쳐 허공에 뽑아 올리는 해변가 너도밤나무에게
족장님이라고 부르는 아이의 눈빛이 잿빛으로 물들어간다
-「오검문자를 읽다 2」 부분
목차
1부 숨을 키운 바람
및
오검문자를 읽다 1
오검문자를 읽다 2
물밑 경전
연鳶
돌의 눈동자
돌의 날개
자루
손에 말아 쥔 것이 내 목숨인가요
맹어
장군죽비
접이의자
노을에 덧나다
입을 닦는 일
2부 그림자도 그늘도 없이
지우개
한탄, 강
춤추는 귀
은근을 흔드는
오늘의 새
스페니시 모스
등판, 우린 참
정자새
겹장
봄눈에서 돌멩이까지
소화불량
부채
겨울 강
터진 울타리
3부 공중에 실금 하나 출렁
이별 밖
벙어리저금통
종이 인형
홍련암
가시연
물끄러미 바라보면
햇살 동냥
고양이 체위
회전교차로
회전근개 파열
세상의 모든 첫니
가윗밥
이름값
치통의 시절
4부 기억의 안쪽에서 흑백사진 몇 장
전단지
압핀
냅다 후려치다
말 거는 손
엄마 한 필
카푸치노
해방된 여자
분꽃
웃음
개다리춤 김 사장
봄하늘 한잔
왈츠의 간격
과학도 농담
유정의 뜰
해설 _ ‘곁’을 불러들이는 어떤 말들
김효숙(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송병숙
1982년 『현대문학』 추천. 원통중·고등학교장으로 퇴직 후 춘천에서 시를 쓰고 있다. 시집 『문턱』 『‘를’이 비처럼 내려』 『뿔이 나를 뒤적일 때』 『모 씨와 모 씨에게』, 시산 문집 『胎, 춘천 그 너머』가 있으며 춘천 봄내중학교 교가를 작시했다. 제17회 강원여성문학상 대상 수상 및 강원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 수회 수혜. 현) 한국시인협회, 한국가톨릭문인회, 한국여성문인회 회원.
이메일: chohy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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