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우리를 같은 곳에 내려놓지 않았다
- 송영신 시집 (상상인 시인선 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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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만남”과 “떠남” 사이에 매개된 존재의 길을 따스한 시선점에 응고시키면서, 때론 “불안”과 “안심” 사이를 헤매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소묘하면서, 송영신 시인은 자기만의 고유한 시말운동을 깨달음의 전언으로 고양시켜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송영신이 전개한 일련의 시말운동은 윤동주의 그것처럼 늘 여린 감성과 실존의 문제를 공존의 의식으로 승화시키면서, 이 세계가 열림의 공간으로 고양되기를 열망하고 있다.
- 김석준(시인·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가도 가도 멀어지는 길, 가슴으로 가는 길.
갈 데까지 가면 어둠도 거룩해지는 걸까.
신은 내게 더 이상 널 허락하지 않았다.
하늘을 노려보는 버릇이 생겼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틈
틈을 메우는 것은
벽을 세워 바람의 길을 막는 일
어제와 오늘이
스스럼없이 드나들어
구분 없는 평안의 틈
틈으로 한 줄기 빛 들어
공간이 살아나면
바람의 손길 따라 천년의 꽃 피어난다
빈틈 보이는 사람에겐 스며들고 싶듯이
빈틈을 열고 들어가
꽃 한 송이 피워 놓고 싶다
창틈으로 새벽 스며들듯
빈틈으로 사람다워지는 찬란한 틈
그 틈새로 세상이 열린다
사과 한 알의 우주
사과가 익는 것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 꼭지를 따는 것은 우주와 연결된 탯줄을 끊는 일이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사과 꼭지로 익어 갔을까 얼마나 많은 햇살, 얼마나 많은 별빛과 달빛, 얼마나 많은 바람의 속삭임이 다녀갔을까
사과를 깎는다 사륵사륵 ‘여인의 옷 벗는 소리’가 들리고, 접시 위에 빠알간 옷이 쌓인다 하얀 속살 나부껴 둥근 달이 뜬다 겨울 들판에 눈이 내리고, 길은 끊어져 바람도 잠시 걸음을 멈춘다
우주를 한 입 베어 먹는다 관능의 시선이 입맛을 돋우고, 오월의 신부 같은 햇살이 입가에 머문다 농부의 발자국 소리가 입안을 유유할 때 꿀비, 단비 내려 스리슬쩍 목을 넘는다 꽃바람에서 서릿바람까지, 벌레의 이빨에서부터 고요의 가지를 즐겨 찾아 주던 새들의 지저귐까지 모두 배경음악이다
목차
1부 너와 내가 한 방향일 때
벽
봄이 떨어진다
감추사에서
마음도 벼랑 끝에 서야
걸었던 손가락
바다에 가겠습니다
중앙선 들풀
문눈썹달같이 굽은 곡선
매듭
벌레에게 길을 묻다
우체통
비꽃 내리니
장인의 하루
2부 그때, 미워졌으면 한다
강변 비가점구르는 돌
나무의 잠언
북한강
겨울 강가에서
스물일곱 송이 연꽃
경춘선 폐역에서
그대가 미워졌으면 한다
구원
길을 걷다 만나는 사람들
달바라기
손님
잘 있나요 그대
경춘가도
3부 누군가의 약속이 되었으니
비밀
등 밀어 드릴까요
마지막
말
그냥
사과의 사회학
한여름 밤의 아파트
잘 숨기 잘 도망가기
손을 씻으며
커피 나오셨습니다
무인도의 밤
용두산 엘레지
개는 훌륭하다
무임승차
몽골에 들다
분실
4부 우리가 나무이면서 나무가 우리이면서
사물은 살아 있다
신 포도
쓰레기통
감태나무와 마삭줄
확증편향
너 있는 자리
너를 만나는 방법
이사
진동모드
아내의 설거지
분기점
페이스북 친구 맺기
빈 그릇
그 청년
부부목
해설 _ 마음을 더듬는 존재의 여정
김석준(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송영신
• 2021년 『문학광장』 등단
• 시집 『기차는 우리를 같은 곳에 내려놓지 않았다』
• 행정학박사, 대학교수 퇴임
이메일: sos2s@naver. com
상상인 시인선 034 | 2023년 5월 31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128*205 | 160쪽 | ISBN 979-11-93093-01-6(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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