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시가 착해 보여요 - 강진주 시집
(상상인 시인선 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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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시 속에서 생생하게 꿈틀거린다. 묘사와 표현의 감각이 참신하다. 포착하는 생의 아이러니가 흥미롭고 그 방식이 남다르다. 시어는 말랑말랑하지만 단단하고 치밀한 문맥과 은유가 만만치 않다. 빈틈조차도 견고한 윤곽이 있고 선명성이 있어 가독성이 배가 된다.
내재적 리듬감이 충만해 지루하지 않고 과장된 이미지나 억지로 만들어진 문맥이 없기에 자유분방하다. 화자를 순간에서 이탈시켜 또 다른 나를 찾아내고 탈세계화를 통해 보이지 않는 상상을 추출한다. 이것이 강진주 시인의 시혼이다.
시는 언어를 생명으로 바꾸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나’로부터 벗어난 다양한 범주를 새로운 해석으로 끌어내는 강진주 시집 『이 도시가 착해 보여요』를 강권한다. 사막과 같은 아뇌쿠메네를 벗어나기 위하여,
_ 조선의(시인)
시인의 말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도시는 지상의 별자리
나의 초라한 행색은
휘황찬란한 불빛에 섞이지 못했습니다
우울을 선택하라 다그쳤습니다
그때마다 겁에 질린 나는
착해 보이는 도시를 바라봅니다
저 성전에는
생의 환희가 있을까요
도시의 불빛을 향해 스미는
시간 한 줌 쥐어봅니다
2022년 10월
강진주
시집 속의 시 한 편
밑줄 친 문장에 뜬 별
참으로 무례한 빛이었습니다
나쁜 기억을 떠올리고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여 주세요
잠시 넋을 놓고 별을 바라보세요
아무도 생각나지 않을 무렵
일그러진 내 얼굴 하나가 가여워지는데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용서하고 말았습니다
밑줄 아래 숨어서 환한 달을 바라보는 건
내 소관이 아니라고 치부해버렸습니다
별들이 세상에 왔더라도
잴 수도 없는 눈물의 테두리는 이미 붉어서
젖은 옷은 시나브로 마르고
나는 그냥 밑줄 친 문장이 좋아
웃음을 살라 먹기로 했습니다
시간을 펴는 방식으로도 차마 다 볼 수 없다면
눈꼬리를 올리고 표정을 감추면
비틀거리는 내가 후드득 피어나겠지요
목차
1부
자산홍 19
빨강도 아닌 하얀 사과 두 개 20
공중의 포식자 22
홍교를 읊다 24
소녀상 앞에서 26
달을 따다가 밥을 지었습니다 28
물의 정원 29
수박에 대한 예의 30
아버지의 시간 32
손에 쥔 바람처럼 34
빈틈의 방향 36
매미 허물 38
비에 관하여 39
가을, 초서를 쓰다 40
2부
빛에 순응하다 43
이 도시가 착해 보여요 44
닫아 버린 소문 46
낙지 48
휴대폰에 관한 기억 50
삼겹살과 상추가 만났을 때 52
펼쳐라, 유월 54
토란 이파리의 집 56
사우나에 가실래요 57
엄마, 나 여기 있어요 58
쌀 한 말과 바꾼 언문諺文 61
밑줄 친 문장에 뜬 별 62
나를 훔쳐보는 순간 64
3부
새콤한 의심 67
구름연서 68
해몽 닷컴 70
눈은, 72
화순 고인돌 74
방치된 화분의 감정 76
떠도는 군중 78
고요한 모래 소리 80
오월은 블랙홀이다 82
뒤바뀌는 지정석 84
호가정 동백꽃 86
하늘에게 88
멜라노포리스 90
4부
꽃의 발화 93
표본 나비 94
줄자 96
틀니, 순장에 들다 98
쉿! 100
야구장에서 102
구름을 스케치하다 104
장미 한 송이 106
취할 수 없는 슬픔 107
계절을 스치는 벚꽃 108
번지점프 110
늘 웃기를 바라요 112
감출 수 없는 것 114
해설 _ 슬픔의 계보학 117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저자 약력
광주 광산 출신
『문학예술』 등단
시집 『이 도시가 착해 보여요』
동서문학상, 신정문학상, 안정복문학상,
제8회 항공문학상 수상
시꽃피다 특별회원
8802km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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