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핏빛 꽃이 - 강대선 시집 |
작성자: LA코리아 |
조회: 1968 등록일: 2022-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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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서 핏빛 꽃이 - 강대선 시집
5.18 추모 기획특집
추천글
그해 5월은 희생된 혼령의 입장에서 보면 이승이라는 세계에서 저승이라는 세계, 즉 지상의 현실과 천국을 가르는 시간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따라서 강 시인은 ‘0월’이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망월에 떠도는 혼불들을 노래로써 진혼하고 있는 것이다. _ 백수인(시인)
저자 약력
강대선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광주일보 시, 『시와 사람』등단. 시집 『가슴에서 핏빛 꽃이』 외 5권, 가사수필집 『평화』, 장편소설 『우주일화』『퍼즐』.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여수해양문학상 소설부문 대상, 한국해양문학상, 한국가사문학상, 김우종 문학상, 송순문학상 등 수상. 89kds@hanmail.net
〔자서〕
0월, 기억의 빈자리
80년,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어머니가 동네 아주머니와 주먹밥을 지어, 트럭에 탄 아저씨와 형들에게 주는 모습을 보았다. 물을 마시고 나를 보고 웃었던 것 같은데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래되었으나 지워지지 않은 기억의 파편이다. 0월, 우리는 창문을 이불로 가렸다. 소리가 나갈까, 여린 숨소리도 아꼈다. 소문으로 거리가 뒤숭숭해지자 우리 가족은 나주로 피난을 갔다. 엑소더스, 불안한 탈출이었다. 나는 총에 맞아 벌집이 된 자동차를 보았다. 선명한 총알 자국이 기억에 남았다. 다시 광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다락방에서 혼자 놀았다. 밖은 두려운 공간이었다. 고등학생이 된 나는 농성동 성당에서 광주 5·18 비디오를 보고 울었다. 나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상어 떼에게 청새치를 빼앗긴 노인이 외친 말을 기억한다. ‘인간을 파멸시킬 수는 있어도 패배하지 않는다.’ 광주는 패배하지 않았다. 불의한 신군부에 물러서지 않았던 광주의 정신은 올곧은 정신으로 우뚝 서 있다. 광주는 깃발이다. 이 시집을 통해 나는 패배하지 않은 정신을 말하고 싶었다. 5·18기념재단에서 간행한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에 나온 희생자 증언을 시를 엮었다. 최대한 사실에 집중하려고 했으나 미숙하고 미욱한 부분은 널리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이 시집의 내용은 2014년에 열린 ‘그해, 오월전’의 내용을 참고하였으며 담당자와 연락을 통해 에서 간행한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1, 2권, 한얼미디어, 2005) 책에 나온 당시 희생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분들의 활동과 증언집이 없었다면 이 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5·18 희생자분께 다시 한번 고개 숙인다. 0에 총소리, 구멍 난 가슴, 울음, 공동체, 망월, 광주, 역사, 진실, 희망을 담고 싶었다. 손에 손을 잡고 하나가 되어 도는 강강술래이기도 하고 환한 보름달이기도 하고 혼을 그리는 풍등이기도 하다. 0월은 비참의 밑바닥과 분노와 애탐과 슬픔을 넘어 희망과 통일과 평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이자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이다. 이 시를 0월의 영전에 바친다.
시집 속의 시 한 편
80년 0월
바람이 불어오면 노를 저어가자 바람의 노를 저어 서러운 혼들에게 바삐 가자 이름조차 없이 사라진 혼들이 또 얼마인가 바람에 혼을 싣고 망월동으로 넘어가자 죽음을 먹고 권력을 쥔 그날의 총성은 0월의 하늘을 흔들고 있건만 죽음은 죽음으로 흘러가고 이 땅에는 다시 오월의 꽃이 피어난다 기억은 흉터로 남아 어느덧 사십 년을 뒤로한다 책임자는 입을 다물고 남겨진 파편과 증언들만 가슴에 박혀 그날을 기억한다, 저 망월동 어느 깊은 곳에서 살아남은 우리를 부르고 있다 불의가 세상을 덮으면 또다시 깃발을 들고 나아가리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며 그날에 스러져간 죽음들을 떠올리리 망월동은 말한다 끝난 것은 없다 광주의 0월은 죽음을 자리에서 새로이 부활한다 이 땅의 주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죽고 살아야 하는지 손을 들어 정의와 진실을 부른다 0월의 십자가 위로 핏빛 혼들이 깃발로 펄럭인다
차례
1부 0월의 증언 _ 018 혼불 1 – 김경철 님 _ 021 혼불 2 – 김안부 님 _ 022 혼불 3 – 김경환 님 _ 023 혼불 4 – 김인태 님 _ 024 혼불 5 – 김재형 님 _ 025 혼불 6 – 김정선 님 _ 026 혼불 7 – 박기현 님 _ 027 혼불 8 – 김중식 님 _ 028 혼불 9 – 강복원 님 _ 029 혼불 10 – 김용표 님 _ 030 혼불 11 – 김 정 님 _ 031 혼불 12 – 전재수 님 _ 032 혼불 13 – 나홍수 님 _ 033 혼불 14 – 박금희 님 _ 034 혼불 15 – 박민환 님 _ 035 혼불 16 – 심동선 님 _ 036 혼불 17 – 안두환 님 _ 037 혼불 18 – 안병태 님 _ 038 혼불 19 – 윤성호 님 _ 039 혼불 20 – 이종연 님 _ 040 혼불 21 – 전영진 님 _ 041 혼불 22 – 조남신 님 _ 042 혼불 23 – 조대훈 님 _ 043 혼불 24 – 조사천 님 _ 044 혼불 25 – 진정태 님 _ 045 혼불 26 – 최미애 님 _ 046 혼불 27 – 홍성규 님 _ 048 혼불 28 – 홍인표 님 _ 049 혼불 29 – 황호정 님 _ 050 혼불 30 – 김영두 님 _ 052 혼불 31 – 김영선 님 _ 053 혼불 32 – 김오순 님 _ 054 혼불 33 – 김재평 님 _ 055 혼불 34 – 김호중 님 _ 056 혼불 35 – 노경운 님 _ 057 혼불 36 – 민병렬 님 _ 058 혼불 37 – 박재영 님 _ 059 혼불 38 – 서만오 님 _ 060 혼불 39 – 왕태경 님 _ 061 혼불 40 – 이매실 님 _ 062 혼불 41 – 임정식 님 _ 063 혼불 42 – 정민구 님 _ 064 혼불 43 – 조규영 님 _ 065 혼불 44 – 최승희 님 _ 066 혼불 45 – 황성술 님 _ 067 혼불 46 – 김윤수 님 _ 068 혼불 47 – 고영자 님 _ 069 혼불 48 – 김춘례 님 _ 070 혼불 49 – 박현숙 님 _ 071 혼불 50 – 백대환 님 _ 072 혼불 51 – 장재철 님 _ 073 혼불 52 – 장하일 님 _ 074 혼불 53 – 윤상원 님 _ 075 혼불 54 – 황호걸 님 _ 076 혼불 55 – 김승후 님 _ 077 혼불 56 – 방광범 님 _ 078 혼불 57 – 민청진 님 _ 079 혼불 58 – 김명숙 님 _ 080 혼불 59 – 김종연 님 _ 081 혼불 60 – 문재학 님 _ 082 혼불 61 – 박용준 님 _ 083 혼불 62 – 서호빈 님 _ 084 혼불 63 – 양동선 님 _ 085 혼불 64 – 오세현 님 _ 086 혼불 65 – 류동운 님 _ 087 혼불 66 – 이정연 님 _ 088 80년 0월 _ 089
2부
총소리 _ 094 꽃아, 꽃아, 눈물 꽃아 _ 096 바람에 시린 혼을 실어 _ 102 꽃잎으로 상처를 싸매고 _ 108 비참의 밑바닥에서도 꽃은 피고 _ 114 가슴에서 핏빛 꽃이 피어나다 _ 119 무언으로 드리운 망월 _ 124 구멍 난 기억을 메우고 _ 129 젖은 별빛 한 줌 손에 쥐고 _ 134 0월, 붉디붉은 꽃아 _ 139
해설 _ 역사 공간 떠도는 혼불들에 대한 진혼곡 _ 백수인(시인) _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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