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은 단정한 외관 밑에 시적 현대성을 감추고 있다. 시인이 그릇된 곳에서 새로움 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왜곡된 것을 찾게 된다는 T.S. 엘리어트의 말을 마경덕의 시는 모범적으로 비켜간다. 그의 시는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과 통하고, 문학의 현대성이 어째서 평범하고 상식적인지를 감동적으로 전달한다. ‘연민’의 감정 곁에는 그것이 허무와 탄식으로 부식되는 걸 막아주는 다른 정서적 태도가 공존한다. 마경덕 시의 서정성은 밝고 명랑한 음계인 장조의 표면과, 세계 내의 폭력과 생존의 절박함이란 단조의 이면을 대위법적으로 갖추고 있다. 공동체의 윤리적 변화를 꾀하도록 암시함으로써 사회적 실천을 미적으로 실행한다. 마경덕 시의 서정성은 체념과 무기력을 거부하고 허무와 비관에 대해 지극히 유보적임을 주목해야만 한다.
_ 신상조(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마경덕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그녀의 외로움은 B형-新글러브 중독자』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
· 제2회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제2회 선경상상인문학상 수상.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창작기금 2회 수혜,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gulsame@naver.com
시인의 말
24시 순댓국집에 밤일 나가는
아래층 다솜이 엄마도
내가 시인이란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시는 써서 뭐한데요
요즘 누가 그런 걸 읽어요
살기 어렵다고 내 밥을 걱정해 주는
착한 이웃이 있어
다시 시를 쓴다
마경덕
시집 속의 시 한 편
근육들
마경덕
근육을 소비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낙비, 근육이 빠진 어느 정치인의 공약처럼 바닥에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