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씨,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최류빈 시집
(포엠포엠시인선021)
미학적 열정으로 사랑의 고통과 광기,
최류빈의 시는 젊디젊다. 고통에 정공법으로 맞서서,
살에 들어온 칼을 자신의 살로 바꾸려는 듯이 굳건한 상징으로
광기와 고통을 감싸 안는다. 일시성 속에서 영원성을 꿈꾸고
세속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서 숭고를 발견하는 예술가로서의 자세가 미덥다.
다른 범주에 속해 있던 언어의 교직(交織)이 치열하고 번뜩인다.
─ 김유석 문학평론가 해설에서서
-----------------------------------------------------------
출판사 소개 글
<장미씨, 정오에 피어수 있나요> 이번 시집에서 최류빈은 ‘시인됨’의 정체를 모색하고 시험하면서 개성적인 면모를 갖춰가는 모습을 인상 깊게 펼쳐냈다. 예술가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탐구하고, 일상과 예술의 간극을 느끼며 예술가로서의 위치와 자세를 고민한다. 낯설게 하기, 상징의 발견, 언어유희 등 언어의 부려쓰기가 치열하다.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에서 일단 세계의 안정성을 믿는 데서 오는 고전적 상징을 쓸 때는 절제된 고전주의자가 되는가 하면, 미학적 열정으로 사랑의 고통과 광기, 대체불가능성을 분출할 때는 들뜬 낭만주의자의 면모가 다분하다. 이 시대를 시인으로 살고 있다는 의식과 그로 인한 관찰자의 태도가 확연하다.
음성의 유사성에 의한 언어유희는 진한 파토스를 내재하고 있다. 서울의 어른들이 내면의 불꽃을 잃은 채 차갑게 식은 현실에서 어른을 ‘얼음’으로 읽었다.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사라지고 ‘사담(私談)’만 남았다. 피부 찢기는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죽어버리는 연어와 달리 생계를 위해 썩은 채 줄에 묶어 있는 굴비는 ‘비굴’하다. 이처럼 언어유희는 언뜻 가벼워보이지만, 그럴수록 생의 지난함과 도시 문명인의 쓸쓸함을 더욱 진한 파토스로 담고 있다.
최류빈의 시는 젊디젊다. 고통에 정공법으로 맞서서, 살에 들어온 칼을 자신의 살로 바꾸려는 듯이 굳건한 상징으로 광기와 고통을 감싸 안는다. 일시성 속에서 영원성을 꿈꾸고 세속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서 숭고를 발견하는 예술가로서의 자세가 미덥다. 다른 범주에 속해 있던 언어의 교직(交織)이 치열하고 번뜩인다. ‘너’에게 시도한 소통은 “나는 나를 안아 줄 수 없으므로/ 나에게 뻗는 손처럼 당신들을 안아 주었다”(「콘테스트」)에서 보듯이, ‘당신들’이라는 다수에게 확대될 것이다. 집터가 단단히 닦인 젊은 시인이 어떤 시세계를 펼쳐 나갈지 다음 시집을 기대해도 좋겠다. -김유석 문학평론가 해설에서
-----------------------------------------------------------
목차
장미 씨,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
● 시인의 말 · 10
1 부
화택火宅 · 15
백야행白夜行 · 16
보니 앤 클라이드 · 18
장미론論 · 20
형태가 없는 사랑해 · 22
복어 · 24
반가사유半跏思惟 · 25
장미氏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 · 26
포르노그래피 · 28
사랑하는 굴비 · 30
당신은 주먹을 쥐고 있군 · 32
불두佛頭 · 34
사라, 있어줘 · 36
광주 · 37
젠가 · 38
내일까지 녹지 말아줘 · 40
반입금지품들의 목록 · 42
2 부
오션 뷰 · 45
명함 · 48
나비 점을 치는 순서 · 50
골목, 빛의 소거 · 51
러시안 룰렛 ─ 비트코인에 관한 小考 · 52
코르사주를 달다 · 54
좀 쉬어야겠지 저 눈밭을 뛰어다니려면 · 56
폴 댄서가 사당역에서 · 58
마사이기린 · 60
(증)어린이집 연합 체육대회 17. 10. 21 · 61
여치 · 62
성탄聖誕 · 64
방이라는 큐브 · 66
개불 · 68
백 사도에서 끓는 · 69
장르불분명 당신의 용법을 모르겠다 · 70
벌의 사랑 · 72
3 부
대국 · 75
벤자민 살롱 · 76
사소한 온기 ─ 이불에 관하여 · 78
저 고무나무 위에 한 줌 눈이 · 80
부루마블 · 82
비정규직 얼음 조각상 · 83
어떤 바다였는데 너는 · 84
눈물 흔 · 86
억새는 솜사탕 같다가 · 88
종이학이 자꾸만 날개를 · 89
케첩과 눈의 알레고리 · 90
구관조 · 92
작은 세탁소 드럼 드럼 드럼 · 94
가르마 · 96
바다와 숲의 상관관계 · 97
신성; 비둘기 · 98
서울 어른 · 100
등의 적의敵意 · 102
4 부
커튼 뒤엔 양목장 · 105
아주 약간의 야상곡 · 106
마차 · 108
헌화한다 · 110
콘테스트 · 112
너는 조용하게 다가와 흔들리라 · 114
모사의 어원, 사모 · 115
선량한 슬리퍼의 세계 · 116
비누기도 · 118
종이 연인, 새하얀 물고기들의 카니발 · 120
오직 당신이 중독성 발상이라는 증거들 · 121
황금거미, 기어가는 종이분수 · 124
우리는 만나고 있다 ─ 아무개氏! 당신과의 협작시를 쓰려 한다 · 126
푸드 트럭 · 128
흉 · 130
롤리타 · 132
저는 이제 저쪽 길목으로 가요 · 133
● 해설
청춘 미학
― 김유석 (문학평론가) ·135
[ⓒ LA코리아(www.lakorea.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