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김영석 시집
<천년의 시작.시작시인선 0170>
시작시인선 0170 김영석 시집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김영석/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132쪽
시작시인선(세트 0170)/ 2014년 8월 29일 발간/ 정가 9,000원
ISBN 978-89-6021-219-0 04810/ 바코드 9788960212190 04810
❚신간 소개❚
(주)천년의시작에서 김영석 시인의 신작 시집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가 2014년 9월 26일 발간되었다. 김영석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이며,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 등 5권과 저서로 <도의 시학> <시의 의식현상> 등 10여 권이 있다.
김영석 시 세계의 출발과 지향은 허공이다. 물론 그의 시 세계는 다채로운 주제 의식과 형식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그러나 그 생성과 귀결의 중심점은 무위(無爲)의 허공으로 파악된다. 이 점은 그의 시 세계 전반에 걸쳐 빈번하게 등장하는 ‘허공’ ‘구멍’ 등의 이미지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를 테면 그가 등단한 이래 시력 40여 년에 걸쳐 간행한 5권의 시집의 주요 대표작을 순차적으로 모은 선집 <모든 구멍은 따뜻하다>(2011)의 표제작 역시 “크고 작은 구멍의 허공”이 중심점을 이루고 있다. 그의 시 세계에서 허공은 모든 존재자의 생성과 소멸의 원점이다. 그래서 그의 시 세계에서 허공의 텅 빈 없음은 있음의 반대가 아니라 있음의 어머니이며 주인이다. 이를테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는 허공 속에서/ 보이는 것들이 사는 이 세상”(「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이 창조되는 원리이다. 허공은 활동하는 무(無)인 것이다. 이것은 그의 매우 심원하고도 독창적인 박사 학위 논문이기도 한 <도의 시학>의 도(道)와 상통한다. 기본적으로 도는 우주 생명의 운행 원리에 해당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질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추천사❚
김영석 시인은 우리 문단에서 과작의 시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시편들은 한 편 한 편 심원한 수심을 농축하여 발표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정밀하고 깊은 독해를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또한 그의 시편들은 우리 시단의 여러 편향들 이를테면 불가적 편향이나 모더니티 편향 같은 것들을 넉넉히 극복하고 그것들을 한데 통합함으로써 우리 시의 풍요로운 방법론을 시사해 주고 있다.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홍용희(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교수,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김영석
전북 부안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썩지 않는 슬픔> <나는 거기에 없었다> 등 5권, 저서로 <도의 시학> <시의 의식현상> 등 10여 권이 있음.
배재대학교 명예교수.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청동거울 ― 13
풀잎 ― 14
빈집 한 채 ― 15
내가 본 것은 상수리나무가 본 것이다 ― 16
거울 ― 18
물방울 속 초가집 불빛 ― 19
가을 숲에서 ― 20
흙덩이가 피를 흘린다 ― 22
낡은 병풍 ― 23
딸기밭에서는 싸움이 안 되네 ― 24
메두리댁 ― 26
아편꽃 ― 28
피자집의 안개 ― 30
제2부
초승달 ― 35
이 말이 하고 싶었다고 ― 36
왕의 꿈 ― 38
연장들 ― 40
다시 또 눈이 내린다 ― 42
돌탑 ― 43
기계들의 깊은 밤 ― 44
아스팔트 길 ― 46
밀물 썰물 ― 49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 50
자물쇠 ― 52
지도 밖의 섬 ― 53
맹물 ― 54
제3부
거름 ― 59
바람의 색깔 ― 60
봄비 ― 61
흰 백지 ― 62
뉴스 ― 63
미당 댁 시누대 바람 소리 ― 64
이내를 아시나요 ― 66
알에 관한 명상 ― 68
바람꽃 ― 70
호수 ― 71
개미 ― 72
집 ― 74
지평선 너머 ― 76
제4부
비밀 ― 79
그 도둑 ― 80
봄 ― 82
그대가 어찌 구별하리오 ― 83
너의 마음 ― 84
문 ― 85
박쥐 ― 86
옛 종소리 ― 87
등불 ― 88
초원에서 ― 89
당신이 먼 산을 보는 것은 ― 90
문답 1 ― 91
문답 2 ― 92
제5부
사설시 나루터 ― 95
해설
홍용희 무위 혹은 생성의 허공을 위하여―김영석의 시 세계 ― 116
❚시집 속의 시 두 편❚
내가 본 것은 상수리나무가 본 것이다
창문 밖 상수리나무에
부러져 죽은 나뭇가지와
살아 있는 가지가 얽혀 생긴
액틀 하나가 걸려 있다
그 액틀을 통해 바라보는 마을이
색지를 오려 놓은 듯 작고 선명하여
처음 보는 동화의 나라처럼 낯설다
기묘한 모양의 지붕과 색깔
밭 사이를 뱀처럼 기어가는 길과
머리칼을 곤두세워 소리치는 나무들
아이들을 위한 무슨 요지경을 만드는지
어디 목공소에서 망치 소리 들려오고
하늘 거울 속으로 날아가는 새 떼와
새들의 흔적을 지우는 흰 솜구름
문득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풍경을 말끔히 지우더니
그 큰 액틀의 눈을 뜨고서
창밖을 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문을 벗어나려 안타까이 파닥거리는
흰나비 한 마리를 조용히 바라본다
내 눈은 상수리나무의 눈이었다
내가 본 것은 상수리나무가 본 것이다.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고양이가 허공 속
어느 나라에서 오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치 이 꿈속에서
저 꿈속으로 드나들 듯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는 허공 속에서
보이는 것들이 사는 이 세상에
어떻게 그놈이 홀연히 나타날 수 있는지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첩자인지
무엇을 염탐하러 소리 없이 다니는지
초상집 구석이나 무너진 폐가에
배롱나무 그늘 같은 데에
없는 듯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다
문득 돌아보면
어딘가 거기 앉아서
내내 조용히 우리를 보고 있는데
또 문득 돌아보면
거짓말처럼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새도 비행기도 허공 밖을 날 수밖에 없고
뜨고 지는 해와 달도
푸른 밤 별조차도
허공 속을 가리키는 표지일 뿐이어서
허공 속을 드나드는 길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데
하, 그놈은 귀신같이 나타나
언제 어디서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숨어 있지 않은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푸나무에도 벌레에도 돌멩이에도
아니, 보이는 모든 것 속에
그놈이 숨어 서로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도 결국 우리 속에 숨어 있는
그놈의 눈을 통해 무엇인가 보고 있다
모든 것이 고양이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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