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손금/오석균 시집(천년의 시작)
오석균 시집 기억하는 손금
기억하는 손금/ 오석균/ (주)천년의시작/ B6(신사륙판)/ 100쪽/ 2014년 4월 30일 발간/
정가 9,000원/ ISBN 978-89-6021-202-2 03810/ 바코드 9788960212022 03810
❚신간 소개 / 보도 자료 / 출판사 서평❚
(주)천년의시작에서 오석균 시인의 첫 신작 시집 <기억하는 손금>이 2014년 4월 30일 발간되었다. 오석균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자랐으며,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와 인하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96년 <문학 21> 시 부문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저서로 <프리미엄 수화>(공저)가 있다. 현재 강원예술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꽃송이 하나’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사람, ‘우연처럼 내린 비’에 떨어진 꽃 몇 송이를 다독다독 몸 안에 잠재우는 사람―우리말 국어사전에 실린 ‘고요’라는 어휘는 오석균 시인을 위해 마련된 말임이 틀림없다.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오석균 시인은 ‘아이들의 지친 어깨’를 가만히 만져 주는 바람이거나 열에 뜬 이마를 짚어 주는 서늘한 ‘우물물’ 같은 선생님이기도 한데, 순한 노루 같기만 한 그의 귀에도 ‘안개 속에 퍼덕이는 아이들의 함성’만은 쟁쟁하게 들리니 천생 밝은 미래로 먼저 달려가 본 귀 밝은 시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허공의 무게를 알고, 침묵하는 것들의 웅변을 듣고, 말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말을 듣는 그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발걸음을 내디딘 모습이 이번 첫 시집 <기억하는 손금>에 잘 드러나 있다. <기억하는 손금>의 행간 곳곳에 숨어 있는 세상에 없는 고귀한 서정 속으로 초대한다.
❚추천사❚
‘꽃송이 하나’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사람, ‘우연처럼 내린 비’에 떨어진 꽃 몇 송이를 다독다독 몸 안에 잠재우는 사람. 우리말 국어사전에 실린 ‘고요’라는 어휘는 오석균 시인을 위해 마련된 말임이 틀림없다.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는 ‘아이들의 지친 어깨’를 가만히 만져 주는 바람이거나 열에 뜬 이마를 짚어 주는 서늘한 ‘우물물’ 같은 선생님이기도 한데, 순한 노루 같기만 한 그의 귀에도 ‘안개 속에 퍼덕이는 아이들의 함성’만은 쟁쟁하게 들리니 천생 밝은 미래로 먼저 달려가 본 귀 밝은 시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허공의 무게를 알고, 침묵하는 것들의 웅변을 듣고, 말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말을 듣는 그가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발걸음을 내디딘 모습이 이번 첫 시집에 잘 드러나 있다. 그와 함께 시 행간을 따라가며 세상에 없는 어떤 고귀한 서정 속으로 들어가 볼 일이다.
―김주대(시인)
오랜만에 조약돌이 비치는 맑은 물살을 보는 듯한 시를 읽는다. 그러는 동안 내 자신도 맑게 씻긴다. 오석균 시인의 시는 “어슴푸레 달빛 비치는 소사나무 숲에 앉아/ 저 혼자 숨죽이고 흘러가는 작은 섬”(「소사나무 아래서」)을 닮았다. 그렇다고 세상에 대해 피맺힌 게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을 그는 피맺혀 아름다워지게 하는 상태로, 그리하여 설움과 아픔이 맑게 빛나는 시로 빚는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바싹 마른 고추보다 물 간 고추가 진정 붉게 익어서 맑은 고추로 빛나는 과정에 대해 들려준다. 또 자신의 손바닥에 만져지는 주름살을 통해 다른 이의 주름을 떠올리며 저마다 다른 얼굴들로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나는 그의 시를 읽으며, 버리려고 해도 더 이상 버릴 것조차 없는 마음들을 가진 외로운 사람들이 저마다의 상처를 모아 고구마를 심고 서리 내리는 가을에 나누는 그 “고구마 같은 사랑”(「외로운 사람들은 고구마를 심어야」)을 배우고 싶다.
―박형준(시인, 동국대학교 교수)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지만 오석균 시인의 <기억하는 손금>에 수록된 53편의 ‘겸손한’ 시편들은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고 여름의 열기를 이겨 낸 가을의 “추수”(「추수」)가 등단 이후 18년 동안 반복되고 이어진 시간의 결과물로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오석균 시인의 시들에는 유난히 계절의 심상이 주목되고, 계절을 통해 과거 시간을 떠올리는 ‘기억’의 감각들이 편물을 짓듯 씨실과 날실로 이어져 있다. 아마도 그에게 시란 ‘기억’이고 ‘시간’이며 과거 시간의 ‘감각’이면서 ‘상실’로 닿는 아련한 언어로 짐작된다. 시인이 시로 읽어 내는 잃어버린 과거 일상과 과거 시간이야말로 미래로 이어진 망망한 ‘이데아’의 꿈같은 ‘풍경’으로 작용하면서 과거 기억의 편린들이 서로의 모서리를 붙들고 마주하는 것에서 발견되는 ‘말’ 그것이 바로 오석균의 ‘시’인 것이다. 다만 그의 시는 외경의 대상인 저 하늘의 ‘시’가 아니라 이 땅의 ‘말’이며, 그 ‘말의 이유’가 바로 시인의 지향점이면서 그가 줄곧 품어 온 ‘오래된’ 그만의 시 세계라 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여겨진다.
―전해수(문학평론가, 시집 해설 중에서)
❚저자 약력❚
오석균 서울에서 태어나 공주에서 자람. 공주사범대학교 국어교육과, 인하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96년 <문학 21>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저서로 <프리미엄 수화>(공저)가 있음. 현재 강원예술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잠꼬대 ―― 13
낮달 1 ―― 14
고추잠자리가 있는 풍경 ―― 15
흉내 내기 ―― 16
죄책감을 없애는 일곱 가지 방법 ―― 18
나무 ―― 20
장마 ―― 22
개펄 일기 ―― 23
꽃병이 되어 ―― 24
여름, 시지프스의 고뇌 ―― 26
바람의 노래 ―― 27
제2부
서울 1882 ―― 31
노숙하는 시 1 ―― 32
노숙하는 시 2 ―― 33
노숙하는 시 3 ―― 34
가을 아침 ―― 35
꿈속에 흐르는 강 ―― 36
비 ―― 37
낙화 ―― 38
봄밤 ―― 39
섬의 고백 ―― 40
고추를 다듬으며 ―― 41
금강 ―― 42
그대 죽음 앞에 ―― 44
타작마당 ―― 47
낮달 2 ―― 48
제3부
첫눈 ―― 51
가을이 사람에게 ―― 52
산사의 오후 ―― 54
자운봉에서 ―― 55
가을 산행 ―― 56
한계령에서 ―― 57
추수 ―― 58
외로운 사람들은 고구마를 심어야 ―― 59
달래 연가 ―― 60
내가 산을 사랑하고서 ―― 61
은어 ―― 62
말의 이유 ―― 64
산길을 걸으며 ―― 65
제4부
봄에 쓰는 편지 ―― 69
봄 바다 ―― 70
바다가 보이는 학교 ―― 71
마주 보기 ―― 74
새벽 기차 ―― 75
수영을 하며 ―― 76
감꽃 통신 ―― 77
안개 ―― 78
바다 ―― 79
약간의 새소리뿐 빗소리는 비 올 때뿐 ―― 80
소사나무 아래서 ―― 82
그 섬에 가면 ―― 83
다락 ―― 84
나는 너다 ―― 85
해설
전해수 ‘말의 이유’를 찾아서―기억의 감각과 상실의 언어 ―― 86
❚시집 속의 시 두 편❚
죄책감을 없애는 일곱 가지 방법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의당국민학교 6학년
박석고개를 자전거를 끌고 넘던 우체부 아저씨는
고무신을 들고 집으로 가는 우리를 불러 모아
이웃집 편지를 어깨에 맨 책보에 넣어 주었다
대추는 아직 작고 파래
아카시아꽃은 진즉 떨어진 여름
입과 손가락은 온통 칡뿌리를 씹고 빨고 뱉느라
책갈피에 끼인 편지는 몇 날 며칠 책보에서 잠을 잤다
아침이면 구정물이 소여물로 끓고
감자 먹은 변또 뚜껑으로 잔디 씨가 훑어 들어가면
땡감으로 입 아린 여름이 가고
풋밤 번데기 입으로 긁던 초가을이 왔다
대추도 얼룩 익어 달착지근한 입속에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육모초 내음
갈 곳을 잃은 편지는 길 잃은 냇물 속에 젖어 흐르고
애꿎은 팔매질에 밤송이는 머리를 찔렀다
심지 쫄아든 등잔불 대신에 LED등이 켜지고
외장하드에서 불러 보는 행복한 시 한 구절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편지를 쓰는 유치환
우체통만 보면 두려워지는 마음
왕겻불 아궁이 앞 졸다가 머리 꼬실려지고
억지로 댕긴 낫 손가락을 찍어 덜렁거리는데
좋은 점만 생각하라, 스트레스 받지 마라
자신에게 너그러워라 소용없는 허당이네
나는 못 잊어도 너는 잘 잊고
나는 아파도 너는 잘 지내다가
이 글을 쓰는 것은 유리병 속에 편지를 넣는 것 같지
그리고 바라지
너의 집에 가 닿기를
약간의 새소리뿐 빗소리는 비 올 때뿐
호숫가 잠겨 있는 나무 그림자 사이로
물그림자 하나둘 왔다 갑니다
나는 뒤에서
결코 보지 못하는 곳에서
당신을 안았다가
입김을 불곤 합니다
조그만 바람 하나 다가와
물그림자를 몰고 갑니다
불어온 바람이
당신의 뒤 머리칼을 들어 올려
맺힌 땀을 씻어 주면
나는 당신의 머리칼을 만져 봅니다
바람에 밀려온 물그림자가
또랑또랑 소리를 내며
자지러지게 웃어 댑니다
바람에 떨어진 꽃잎 하나
당신의 어깨 끝에 매달려
작은 돛이 됩니다
구름이 볕을 가려
그림자가 물속으로 뒷걸음쳐
숨어 버립니다
앉아 있는 당신 뒤로
위로하는 손길처럼 따스한
비가 내립니다
물속에 잠긴 그림자가
나무가 됩니다
당신은 없고
당신을 기억하는 내 손금 위로
새소리 가만 내려앉습니다
❚펴낸곳 (주)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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