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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무넘기로 물 넘어가는
오정국
빗줄기가 두드리는 못물에서 호곡하듯 일어서는물방울, 쫑긋쫑긋 입을 벌려 빗방울을 받아먹는데물밑에서 잠을 깨는 어두운 목소리들,진흙바닥을 어슬렁거리다가끓어오른다 후덥지근한진흙의 숨을 타고 올라와, 못물이 일시에술렁거린다 수면의 안팎에서들숨 날숨으로 주고받는 말소리들,어린애가 젖 달라고 보채는소리, 머리 빗는 처녀애의 넋두리 같은그 소리, 내 거기서 말 몇 마디 업어와이런 詩의 진흙반죽에 밀어 넣는데이럭하고도 남아도는 못물의일렁거림, 못은제 아이의 등을 때려 밥 먹이는 어미처럼펑퍼짐한 엉덩이를 자꾸 들썩거려, 밀고 당기고 굽이지는물결들, 그 가락이 휘어지고 쓰러지고 회오리치듯무넘기로 물 넘어가는 초여름 저녁
--------------- 이 시가 생동감으로 꿈틀거린다. 빗줄기를 맞는 못물의 생생한 장단, 가락, 물의 술렁거림, 이것은 그저 조용한 靜적인 못물이 아니다. 물결이 '밀고 당기고 굽이지는' 경쾌한 한 판 승부다. 바로 눈앞에서 비가 쏟아지는 연못 풍경 속에 동참하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천지간 자연물이 마주쳐 빚어내는 연주이며 삶의 냄새 물씬 풍기는 한 판 굿판이다.
오정국 시인은 경북 영양 출생.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학과와 同 대학원 졸업. 1988년『현대문학』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모래무덤><내가 밀어낸 물결><멀리서 오는 것들>이 있으며, 평론집으로<시의 탄생, 설화의 재생><비극적 서사의 서정적 풍경>이 있다. 중앙대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역임. 현재 한서대 인문사회학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
<신지혜. 시인>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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