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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문신
조정인
고양이와 할머니가 살았다 고양이를 먼저 보내고 할머니는 5년을 더 살았다
나무식탁 다리 하나에 고양이는 셀 수 없는 발톱자국을 두고 갔다 발톱이 그린 무늬의 중심부는 거칠게 패였다
말해질 수 없는 비문으로 할머니는 그 자리를 오래,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는 했다
하느님은 묵묵히 할머니의 남은 5년을 위해 그곳에 당신의 형상을 새겼던 거다
고독의 다른 이름은 하느님이기에
고양이를 보내고 할머니는 하느님과 살았던 거다 독거, 아니었다
식탁은 제 몸에 새겨진 문신을 늘 고마워했다
식탁은 침묵의 다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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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먼저 떠난 고양이의 살가운 흔적을, 혼자 남은 자가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고독이 여기 있다. 그러나 그 애틋한 흔적의 기억을 하느님처럼 마음에 안고 살았으니, 독거가 아닌 것이다. 그로 인한 문신이야말로 노인이 나머지 생을 살아내기에 오히려 의지처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의, 존재와 존재간의 사려 깊은 신뢰가 눈부시다. 또한 그 기저의 긍정적인 의지와 따스하고 겸허한 시선이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조정인 시인은 서울 출생. 1998년『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막> 및 동시집<새가 되고 싶은 양파>등이 있으며, 토지문학제 시 대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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