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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웃는 사람들
최금진
웃음은 활력 넘치는 사람들 속에 장치되어 있다가폭발물처럼 불시에 터진다웃음은 무섭다자신만만하고 거리낌없는남자다운 웃음은 배워두면 좋지만아무리 따라해도 쉽게 안 되는 것열성인자를 물려받고 태어난 웃음은 어딘가 일그러져영락없이 잡종인 게 들통난다계층재생산, 이란 말을 쓰지 않아도얼굴에 그려져 있는 어색한 웃음은 보나마나 가난한 아버지와 불행한 어머니의 교배로 만들어진 것자신의 표정을 능가하는 어떤 표정도 만들 수 없기 때문에웃다가 제풀에 지쳤을 때 문득 느껴지는 허기처럼모두가 골고루 나눠 갖지 않는 웃음은 배가 고프다못나고 부끄러운 아버지들을 뚝뚝 떼어이 사람 저 사람의 낯짝에 공평하게 붙여주면 안될까술만 먹으면 취해서 울던 뻐드렁니가난한 아버지의 더러운 입냄새와 땀냄새와 꼭 어린애 같은 부끄러움을 코에 귀에 달아주면누구나 행복할까대책 없이 거리에서 크게 웃는 사람들이 있다어깨동무를 하고 넥타이를 매고우르르 몰려다니는 웃음들이 있다그런 웃음은 너무 폭력적이다, 함께 밥도 먹고 싶지 않다계통이 훌륭한 웃음일수록,말없이 고개 숙이고 달그락달그락 숟가락질만 해야 하는 깨진 알전구의 저녁식사에 대한 이해가 없다그러므로 아무리 참고 견디려 해도웃음엔 민주주의가 없다
-------------------------어떠한 웃음을 웃어야 진실된 웃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이 시는 부조리한 이 시대의, 작위적으로 가공된 모든 웃음들에게 솔직한 일격을 가한다. 他에 편향된 아부의 웃음, 안팎이 다른 냉소적인 웃음, 혹은 어쩔 수 없이 웃어야 하는 어색한 웃음, 가면의 웃음을 드러내는 연출적 웃음을 웃어야만 하는 것이 곧 이 시대적 실상인 것이다. 이러한 갖가지 허구적인 웃음의 배후와 그 표정들 속에서 진솔한 의미의 웃음이란 과연 어디로 실종했는지를 이 시가 묻고 있다.
최금진 시인은 충북 제천 출생. 춘천교육대학교 졸업. 1997년『강원일보』신춘문예 당선. 2001년 <창비신인시인상>. 시집으로 <새들의 역사>가 있으며,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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