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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에스컬레이터
최승호
우리가 죽음에 인도되는 건 공짜이다.부채가 큰 부자이거나부채도 없이 가난한 사람이거나천천히 혹은 빠르게 죽음에 인도되기까지올라가고 또 내려오며펼쳐지고 다시 접히는 계단들.우리가 죽음에 인도되는 건 공짜이다.모자를 쓰고 우산을 든궁둥이가 큰 바지 입은 사람의 뒷모습을밑에서 쳐다보거나고개 돌려 저 밑 계단의 태아들을 굽어보거나우리가 죽음에 인도되는 건 공짜이다.서두를 게 하나 없다 저승 열차는늦는 법이 없다. 막차가 없다.
--------------------------그렇다. 누가 죽음을 피해갈 수 있겠는가. 태어남의 원인이 있기에 죽음이 존재하는 것, 때가 되면 세상 존재들의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함께 저곳에 도달한다. 어찌 오늘의 이 찰나의 삶이 귀하지 않으리. 바로 여기, 살아 숨쉬는 것처럼 또 눈물겨운 일은 없다.
최승호 시인은 강원도 춘천 출생. 197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대설주의보> <세속도시의 즐거움> <그로테스크>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른 것인 나> 및, 그림책으로 <누가 웃었니?> <이상한 집> <하마의 가나다> <오, 이 모음으로 내가 만드는 이야기 책>, 동시집으로 <말놀이 동시집>이 있으며,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이산문학상,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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