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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아내는 76이고나는 80입니다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인생?철학?종교?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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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우리에게 기억의 한계가 없다면, 전생을 비롯한 삶의 자잘한 사건들마저 모두 마음속에 축적하게 되어 가히 끔찍한 상황이 발생되어 결코 삶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은 인간을 보호하고자 기억의 경계를 만들었으리라. 생리학적으로 점차 기억의 감퇴가 옴에 따라, 인생의 단말기에 우리가 쌓았던 기억물들은 하나씩 둘씩 지워지고 비워지게끔 설정이 되어 있음직 하다. 그렇다.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이것 또한 실로 자연의 묘한 법칙 아니랴.
이생진 시인은 충남 서산 출생.『현대문학』등단. 시집으로<산토끼><녹벽><동굴화><그리운 성산포><山에 오는 理由><먼 섬에 가고 싶다><그리운 섬 우도에 가면><혼자 사는 어머니><김삿갓, 시인아 바람아><인사동><반 고흐, 너도 미쳐라>및 다수의 시집이 있으며, 윤동주문학상, 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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