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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복음약국
노향림
복음 약국 주인은 한쪽 다리가 짧다일요일에도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지하 주차장이 넓은 신축 교회에서풍금 소리로 예배가 시작되고 성탑의음악 소리는 쟁쟁하게 퍼져나간다멀리 파문을 일으키며 퍼져 나가는 동안그는 한 손에 신문을 든 채굵은 테 안경 너머 졸고 있다그의 복음은 혼자 숨어서 읽는 주기도문처럼 수직 상승해 공중 어디엔가떠돌고 있을거라고 믿는다한쪽 다리가 무겁게 질질 끌려도날마다 찾아오는 비둘기에게허물어 질듯 작은 쪽문을 빠져나와봉투에 넣은 쌀알들을 흩뿌려 준다그의 복음은 늘 쓰디쓴 알약이지만신도들의 가방에 든 구원의 말씀 몇 알보다언제나 약효가 세다복음 약국 문은 좀처럼 닫히지 않는다깜깜한 밤하늘의 잔별들에게도개방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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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친근하다. 무릇 높거나 낮거나 마음 한 톨씩이라도 차별 없이 두루 나누고자 하는 그 고운 심성이야말로 바로 복음을 전하는 진리의 근본 마음 아니랴. 말 못하는 생명에게도 선으로써 아우르는 푸근한 복음약국 주인, 그 누구라도 저절로 약국 안으로 성큼 들어서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면 주인은 마치 오래된 이웃처럼 복음을 전해주듯 아픈 상흔 마저 깊숙이 품어 줄 것이다.노향림 시인은 전라남도 해남 출생. 중앙대 영문과 졸업. 1970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눈이 오지 않는 나라><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등이 있으며,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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