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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흰 국숫발
장철문
슬레트 지붕에 국숫발 뽑는 소리가 동촌 할매 자박자박 밤마실 누에 주둥이같이 뽑아내는 아닌밤 사설 같더니
배는 출출한데 저 햇국수를 언제 얻어먹나 뒷골 큰골 약수터에서 달아내린 수돗물 콸콸 쏟아지는 소리 양은솥에 물 끓는 소리
흰 국숫발, 국숫발이 춤추는
저 국숫발을 퍼지기 전에 건져야 할 텐데 재바른 손에 국수 빠는 소리 소쿠리에 척척 국수사리 감기는 소리
서리서리 저 많은 국수를 누가 다 먹나 쿵쿵 이 방 저 방 빈 방 문 여닫히는 소리 아래채에서 오는 신발 끌리는 소리 헛기침 소리
재바르게 이 그릇 저 그릇 국수사리 던져넣는 소리 쨍그랑 떵그렁 부엌바닥에 양재기 구르는 소리 솰솰솰솰 멸치국물 우려 애호박 채친 국물 붓는 소리
후르룩 푸루룩 아닌 밤 국수 먹는 소리
수루룩 수루룩 대밭에 국숫발 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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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국수 한 그릇이다. '멸치국물 우려 애호박 채친 국물'이라니. 저절로 침이 고인다. 옛날 국수가게에서 빨래처럼 널려 햇살에 잘 마르던 눈부신 국수, 추운 가난을 녹여주던 그 국수 아닌가. 이 시는 겨울 밤 눈 내리는 소리를 흰 국수 뽑는 소리로 생생하게 비유한다. 수루룩 수루룩, 밤 국수 한 사발에 세상 얼음이 다 녹으리라.
장철문 시인은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학과 졸업.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하여 시집 <바람의 서쪽><산벚나무의 저녁><무릎 위의 자작나무>등이 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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