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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거울여행
김 참
거울 안에 작은 문이 있어 살며시 열어보니 소리 없이 열린다
문을 통해 거울 속으로 들어가니 거울 안에는 내방을 닮은 방
이 있다 내가 들어온 문이 소리 없이 지워진다 문이 있던 부분
을 밀어보니 꼼짝도 않는다 큰일이다 거울 안에 갇힌 것이다
방문을 열어보니 검은 아스팔트다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나
가는 사람을 붙잡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모른다고 대답한
다 길 저쪽에서 다가오는 택시를 타고 버스 터미널에 내려 부
산행 표를 달라고 했지만 그런 도시는 이 나라에는 없다고 한
다 이 도시의 이름을 물으니 삼천포라고 한다 이런, 고향에 와
버렸군! 나는 버스를 타고 죽림동 옛집을 찾아간다 버스는 양
계장 지나 학교 앞에 멈춘다 학교를 둘러싼 탱자 울타리는 그
대로였지만 학교가 있던 자리엔 울창한 복숭아밭이 있다 햇살
이 따가운 복숭아밭에선 아름다운 여자들이 탐스러운 복숭아
를 따고 있다 여자 한 명이 걸어와 어떻게 오셨냐고 묻기에 나
는 죽림동 707번지가 어디쯤이냐고 물어본다 여자는 어리둥절
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마을은 없어진 지 백년도 지났다고 말하
며 손짓으로 옛 마을 쪽을 가리킨다 눈을 돌려 그곳을 바라보
니 마을은 없고 무덤들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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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세상이 궁금하다면, 이 시를 열고 들어가 보라. 무한 상상의 문을 지나 어느새 판타지적 꿈속을 거닐게 될 것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 없는 상상과 생생한 기억들이 그림처럼 선명히 교차하는 세계다. 지극히 제한된 상식과 경직된 인식으로 중독된 우리의 고정관념의 세계를 가벼이 뛰어넘어, 초현실적인 환상과 현실의 세계로 자유자재 왕래하게 된다.
김 참시인은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 여행>, <그림자들>등이 있다. 현대시동인상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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