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코리아시단]<아침의 시> 대설 / 정양

뉴욕코리아 Boston SF Washington D.C Chicago Atlanta Canada

USA CULTURE

중견초대작가 LA갤러리

전문가초대칼럼

USA 유명갤러리탐방

공연.전시행사모습

티켓알아보기

회원정보

닉네임

가입일

2008-07-23

등급

운영자 (1)

활동

포인트 : 0 점

게시물 작성수 : 0 개

댓글 작성수 : 0 개

홈 > Culture > 전문가초대칼럼 > [초대시단] 시가 있는 아침

shin5-3

[초대시단] 시가 있는 아침

[LA코리아시단]<아침의 시> 대설 / 정양

작성자: 신지혜 시인

조회: 8470 등록일: 2013-08-19

아침의 시
 
 
대설
 
 
 



정양
 
 


마을 공터에 버스 한 대 며칠째 눈에 파묻혀 있다 길들이 모두 눈에 묻혀서 아무 데나 걸어가면 그게 길이다 아무 데나 들어서면 거기 국수내기 화투판 끝에 세월을 몽땅 저당잡힌 얼굴들이 멸칫국물에 묵은 세월을 말아 먹고 있을 외딴집 앞 눈에 겨운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 덜프덕 눈더미 내려앉는 소리에 외딴집 되창문이 잠시 열렸다 닫힌다 잊고 살던 얼굴들이 모여 있는지 들어서서 어디 한번 덜컥 문을 열어보라고 제 발자국도 금세 지워버리는 눈보라가 자꾸만 바람의 등을 떠민다
 
 
 
 

----------------------------


이 설경을 마주해보라. 흰 눈은 만감이 교차하는 정황을 안겨준다. 눈속에 파묻힌 마을, 작은 창문들, 순한 눈빛들, 며칠 그런 폭설에 갇히고픈 것이다.‘길들이 모두 눈에 묻혀서 아무데나 걸어가면 그게 길이다’ 그렇다. 세상의 동선을 차단하고 유배시키기도 한다. 마음을 푸근히 여며주기도 하며, 한 장의 눈으로 덮어줌으로써, 살아가는 일, 해후와 별리, 세상의 소란한 모든 꿈들의 소음을 소거시킨다. 그리하여 따스한 품속에 상한 마음의 치유를 마련해주기도 하는 것, 저 근원적 그리움으로 날을 세우는 사나운 눈발마저도 때로 고요의 이름으로 품어준다.
 

정양 시인은 전북 김제 출생. 1968년『대한일보』신춘문예에 시가, 1977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까마귀떼>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 등과, 시화집 <동심의 신화>, 판소리평론집 <판소리 더늠의 시학>, 옮긴 책으로 <한국 리얼리즘 한시의 이해> <두보 시의 이해> 등이 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

 
신지혜<시인>
 
 
 
 
웹사이트; <a href="http://www.goodpoem.net/">www.goodpoem.net</a>
이메일: <a href="mailto:이메shinjihyepoet@hanmail.net">shinjihyepoet@hanmail.net</a>

 
 
 
[ⓒ LA코리아(<a style="color: rgb(53, 53, 53); text-decoration: none;" href="http://www.lakorea.net/" target="_blank">www.lakorea.net</a>),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댓글 : 0 건

번호	제목	작성자	조회	등록일

71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나는 꽃을 아네 /이대흠	신지혜 시인	4602	2012-10-20

70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머나먼 돌멩이/ 이덕규	신지혜 시인	4538	2012-09-28

69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좋은 일들/ 심보선	신지혜 시인	4415	2012-09-28

68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무릎을 잃어버리다/엄원태	신지혜 시인	4691	2012-09-28

67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하늘의 물고기/강인한	신지혜 시인	4114	2012-09-28

66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수수께끼/허수경	신지혜 시인	4665	2012-09-28

65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나무를 위한 예의/나태주	신지혜 시인	4929	2012-09-04

64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꽃이 피는 시간/정끝별	신지혜 시인	3915	2012-09-04

63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웃는 사람들/최금진	신지혜 시인	5231	2012-09-04

62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수저/이규리	신지혜 시인	4579	2012-08-19

61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구름의 율법/윤의섭	신지혜 시인	4407	2012-08-19

60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에스컬레이터 /최승호	신지혜 시인	4932	2012-08-19

59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신지혜 시인	4085	2012-08-03

58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폭설/ 김명인	신지혜 시인	4373	2012-08-03

57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갈대의 뿌리 /최동호	신지혜 시인	4969	2012-08-03

56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첫 키스/함기석	신지혜 시인	4220	2012-07-13

55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시>허공/고은	신지혜 시인	5329	2012-07-13

54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은산철벽(銀山鐵壁)/ 오세영	신지혜 시인	3988	2012-06-25

53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마음먹기 달렸어요/ 정현종	신지혜 시인	3894	2012-06-25

52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말들의 후광/ 김선태	신지혜 시인	4226	2012-06-04

51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오누이 / 김사인	신지혜 시인	5115	2012-05-04

50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아마추어 레슬링 선수의 슬픈 두 귀/ 박후기	신지혜 시인	4305	2012-04-04

49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기차와 사내 /송상욱	신지혜 시인	4178	2012-04-04

48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연암을 필사하다/ 서안나	신지혜 시인	3776	2012-04-04

47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상자들8/ 이경림	신지혜 시인	4065	2012-03-26

46	[뉴욕코리아시단]<아침의 시> 복음약국 / 노향림	신지혜 시인	3971	2012-03-08

45	[뉴욕코리아시단] <아침의 시> 간 자의 그림자/ 김충규.	신지혜 시인	4904	2012-02-23

44	[뉴욕코리아시단] <아침의 시>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김기택.	신지혜 시인	5528	2012-02-02

43	[뉴욕코리아시단] <아침의 시>가을/송찬호.	신지혜 시인	5087	2012-01-04

42	[뉴욕코리아시단] 흰 국숫발/ 장철문	신지혜 시인	4037	201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