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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거리는 완행열차
송종규
마스크를 낀 남자가 처방전을 내민다 백지 안에 박혀 있는 빽빽한 약들 그의 삶도, 모래알처럼 많은 순간 아프고, 열나고, 쿨럭거렸으리
베고니아가 입을 막고 재채기를 한다
마스크가 가린 한 세계의 저쪽완행열차처럼 긴 세월이 창에 불을 켜고 빼곡한 약들 사이 빠져나간다 그 너머 너덜너덜한 광목천이 삼성자동차 운전학원을 연호하고 있다 완벽한 시설! 합격보장!두 주먹이 불끈불끈 가로수를 쥐어박는다너도 아프구나,신호등이 기우뚱 이마를 짚는다뭉게 구름처럼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는, 마스크를 낀 한 무리의 사람들나는 도무지 그들의 처방전을 이해할 수 없다
허공 모서리 길게바퀴소리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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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치열하다. 남루한 어깨를 부대끼며 생존의 과열된 난장터를 걸어가야하는 오늘날의 생, 저 아픈 이에겐 과연 어떤 명약이 필요하겠는가. 저 쿨럭거리는 이의 애잔한 생을 쓰다듬고 위무하며 완치시켜 줄 수 있을 것인가. 모두 동변상련의 슬픔을 안고 고단한 세상 속 저마다 쿨럭거리기에 아! ‘너도 아프구나,’
송종규 시인은 경북 안동출생. 효성여대 약학과 졸업. 1989년『심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처럼> <고요한 입술> <정오를 기다리는 텅 빈 접시> <녹슨 방>이 있으며 대구문학상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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