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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에
이창윤
봄비를 데리고 와서, 이른 봄은지난해에 걸어간 자기의 발자국을 찾아먼저 거기에 흙탕물로 고입니다내가 세상 지나가는 법을 익히던 동안내 옆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봄은이제 나 만큼 나이가 지긋해져서오늘은 허리에 수건을 두르고제자들의 발을 씻는 거룩한 자의 뒷모습으로내 마음에 언뜻 보이는 날입니다.그리하여, 모든 것을 용서하고모든 것을 풀어놓아생명을 제 맘대로 홀로 생명이게 하는자유라는 황홀한 말과 손 잡고 있는 봄그러나 서둘지는 말아야합니다우리가 세상일에 한눈을 파는 동안뒷마당의 잔디는 파래지고어제 쪼개어진 목련의 부드러운 살이, 오늘은문드러져 뜰 위에 흩어진다 해도그 날은 슬프게 좋은 날의 하루입니다세월을 비껴가는 주문을 외우는 자가이 세상에는 없음을 알기에내가 다시 맞는 이 봄날의 하루 하루가하늘의 천년 보다눈물겹도록 참된 순간이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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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거친 파고와 싸우며 항해하는 일 아닌가. 그러나 신은 또다시 우리 앞에 만물이 다시 깨어나는 숭고한 이 봄날을 주셨으니, 이 자연의 시간적 섭리에 순응하고 감내하며, 우리 삶을 고요히 반추함으로써 긍정하고 또 감사해야 할 것임을 이 시는 각성시킨다. 우리의 소중한 하루란 과연 얼마나 귀한 순간순간인지를, 어떤 고통의 순간일지라도 그것은 이 지상에서 곧 ‘하늘의 천년보다 / 눈물겹도록 참된 순간’임을! 그렇다. 인생과 시간 앞에 겸허한 아름다움이 눈부신, 그 봄날이 여기 있다.
이창윤 시인은 경북 대구 출생. 1966년『현대문학』추천 완료. 경북대 의대 졸업, 미시간 주립대학 의과대학 교수역임. 시집으로 <잎새들의 해안><강물은 멀리서 흘러도><다시 쓰는 봄 편지>등이 있으며, 해외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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