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잠들지 못하는 말
최서림
모든 말에는 피가 흐른다말(馬)같이 펄펄 날뛰는 말시체 같이 굳어 있는 말말에는 근육이 있고206개의 뼈가 있다
모든 말에는 소금이 녹아 흐른다살아온 밀도만큼 흐른다사랑한 농도만큼 흐른다젓갈 같이 썩지 않는 말스스로 부패해서 버려져 밟히는 말말에는 염통이 있고10미터 길이의 소장이 있다
능금아, 부르면 능금에 살이 차오르는 말능금아, 부르면 능금이 떨어지고 마는 말
독 오른 말에 찔려 죽어가는 자들,소뿔 속같이 비좁은 꿈에 절어 모두가 잠든 새벽아직 돌아갈 구멍을 찾지 못한 겨울 귀뚜라미처럼우, 우, 잠들지 못하고 우리의 뼈를 흔들어 깨우는하늘 끝에다 사무치는 말도 있다때로는 제 혼을 불살라하늘 밖으로까지 올라가 새로이붉은 별자리를 만들어 앉는 말도 있다핏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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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이란 죽은 혼도 다시 깨운다고 하지 않던가. 이 시로 하여 각성해야 하리라. 생각없이 툭툭 던지는 모든 말들의 살아있는 에너지, 그것으로 하여 구업(口業)이 되기도 하고 선업(善業)이 되기도 하는 것, 동물인 말(馬)와 언어의 말은 동음이의어이지만 살아있는 파워다. 또한 말이란 세상에 대한 주문이 된다고 이시는 말한다. 무심코 던진 말의 칼날에 의해 낙망한 자는 또 몇이 되겠는가. 그러니 어떻게 함부로 무책임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되도록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타인을 살펴 자신의 인격을 정성껏 담아내야 할 말부림이야말로 삶의 大道에 다름 아님을 새겨보아야 할 것이리.
최서림 시인은 경북 청도 출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수여. 1993년『현대시』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구멍>등. 시론집으로 <말의 혀>, 저서로 <한국현대사와 동양적 생명사상> <서정시와 미메시스> 및 다수가 있으며, 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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