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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물을 세운다
박남희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얘기지만 물을 공중에 비스듬히 누이면 무지개가 된다무지개를 누이는 자 누구인가 아무리 쳐다보아도 보이지 않는다누인 자가 누군지는 누워본 자만 안다 강물의 마음은 지평선이 안다 산을 누이고 구름을 누이고 바람을 누이다보면 지평선이 보인다무지개를 걸어두는 것도 지평선이다오늘은 지평선 위에 누군가 물을 세우고 있다
세워진 것은 반듯이 눕는다 누운 것은 결국 흘러간다머지않아 흘러간 것들은 다시 제 몸을 세우리라세우고 눕고 세우고 눕는 것이 물의 본능이다참으로 알 수 없는 얘기지만 물을 세우면 폭풍이 달려온다폭풍은 누운 물 보다는 세워진 물을 좋아하나보다
무지개와 폭풍 사이, 들판에 살아있는 것들은눕고 세우고 눕고 세우고를 반복한다물은 지하의 깊은 웅덩이에 제 몸을 가두기 전까지는 출렁거린다 내 안에서 물이 일어선다 누군가 자꾸만
물을 세운다나는 강처럼 눕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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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가 경이롭다. 허공에 물이 비스듬히 서있다니! 자연을 순환하는 물, 꿈틀거리며 생명을 잉태하는 물, 그 물이 끊임없이 제 몸을 ‘세우고 눕고 또 세우고 눕는’ 것이 바로 물의 본성이라 한다. 물에 관한 통념을 시원하게 꿰뚫어 작파하고 새로운 통찰과 인식으로 새로이 펼쳐진 저 물의 세계, 秘境을 보라.
박남희 시인은 경기도 고양 출생. 숭실대 국문과,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96년『경인일보』신춘문예, 1997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폐차장 근처><이불 속의 쥐><고장 난 아침>이 있으며, 평론집으로 <탈주와 회귀 욕망의 두 거점-장정일론><존재와 거울의 시학>등이 있음. 현재 <시산맥>주간.
<신지혜. 시인>
웹사이트; www.goodpoem.net
이메일: shinjihyepo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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