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 염창권 동시집
(상상아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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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염창권 동시집
2023년 12월 15일 발간 | 정가 13,000원 | 규격 152*210 | 146쪽
ISBN 979-11-93093-31-3(03810)
지은이 염창권 그림 박영수 표지디자인 최혜원
펴낸곳 아동출판 상상아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74길 29, 904호
등록번호 848–90–01737호 | 등록일자 2021년 12월 1일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angsanga21@daum.net
동시집 소개
-시적 형식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도 이 시집이 가진 특징이다. 종래의 동시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연작 형태의 이야기시 형식을 과감히 도입하는가 하면, 가락의 맛을 음미하며 읽는 동시조 형식을 구사하기도 하고, 한글 자모를 활용한 말놀이 동시를 선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조할 점은 시인이 이 시집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는 법과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시집은 어린이와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어 하는 시인의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시집이라 할 수 있다. 김제곤(어린이문학평론가)
-염창권 동시집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은, 우리 동시문학의 현재형에서 출발하여 그 이상의 진행을 예감하게 한다. 시, 시조, 동시, 평론 등의 다양한 형식 체험을 거쳐온 그는, 동시 갈래가 ‘인간 삶의 판타지에 뿌리를 두고 있는 풍족한 상상의 양식’이라는 점을 강하게 추동한다.
머리말
오래전에 나는 어린이들과 어울리며 살았습니다. 짧은 점심시간 동안에 공을 차면서 운동장의 먼지 속을 뛰어다녔습니다. 스물 둘, 다섯, 여덟 살 때의, 큰길에서 버스를 내려 십 리쯤 걸어 들어가는 학교 운동장입니다.
그때는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열중한다고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실수투성이입니다. 그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일은 글쓰기와 그림그리기 지도였습니다. 학원이 없는 시골 학교의 오후 교실에서 어린이들은 원고지를 메우거나 규격에 맞춰 재단된 켄트지 위에 물감을 칠했습니다. 그때의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지금의 엄마, 아빠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에는, 대학에서 예비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습니다. 자연스레 어린이들의 세계와 멀어지다 보니, 동시보다는 시와 시조를 위주로 써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동시를 다시 쓰기로 다짐하여 첫 번째 동시집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을 출간하게 된 것입니다.
시의 내용 속에 “니체 선생님”이 등장합니다. 철학자 ‘니체’가 아니라, 이야기 속 인물로서의 ‘니체 선생님’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어린이에게 허락된 성장의 동력은 ‘놀이’입니다. 놀이는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세계 속의 나’로 성장해 가는 시간이자 과정입니다. 친구와 어울려 놀면서 작은 사회를 이루고 그곳에서 자기의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합니다. 그러니 놀이를 금지하고, 조금이라도 다투거나 실수라도 생기면 가차 없이 공격하는 엄마, 아빠 밑에서 자녀는 건강하게 자랄 수가 없습니다.
또한, 어린이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이상, 피곤하면 자야 하고, 놀이에 열중하다 보면 사소한 말다툼이 생기게 마련이고, 재미있는 그림책이나 만화책도 보아야 합니다. 오래전 내가 젊은 교사였을 때의 학교 분위기는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없게 하였습니다. 매달 시험을 치르고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벌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엄마, 아빠들 마음이 너무나 강해졌나 봅니다. 그때의 일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이 동시집을 펴냅니다.
2023년 겨울 염창권
동시집 속으로
오다가다 만난 사이랄까,
우리가 한집에서 살게 된
꽤 슬픈 사연은 비밀이다,
사생활이니까 지켜줘야 한다.
- 「망치라는 애」 부분
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그런데
이 애는, 전혀 안 통한다.
(…)
핥아먹는데 길어야 1분이다.
하루 합쳐도 3분을 못 넘긴다.
-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부분
우리 어린이는 어떤
냄새, 소리, 음식, 어른, 주파수를 싫어할까?
왜, 답이 없지?
교육부 장관부터…, 엄마 아빠까지…
아무도 답을 못 찾는 건,
싫은 걸, 싫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라는
매우 어려운 수학식을
어른들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야.
- 「망치가 싫어하는 것을, 우리는」 부분
문 밖에서 허깨비춤을 추던 바람이
봉지에서 쏟아낸 봄의 발자국,
아지랑이!
나무는 그걸 주워서 잎 틔우는 중이다.
- 「봄의 발자국」 전문
정전된 날 깜깜해서 양초를 찾고 있는데
구석에서 손 하나가 불쑥 솟아올랐다.
아이쿠, 간 떨어지겠네
엄마 손을 찾았네.
- 「엄마 손」 전문
불룩한 배를 닮은 목소리를 따라
천천히 천천히 비탈길을 굴러
졸음의 미끄럼틀을 타고 가다 보면,
가끔은 덜컹거리기도 하지만
불쑥 솟구쳤다가 까마득한 벼랑 아래의
푹신한 이불속에 쏙 들어가 있다.
“냠~ 냠~”,
내 옆 친구는 “요미~ 요미~”
-「니체 선생님을 만나다」 부분
목차
이야기 동시 1
1부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망치라는 애
여름 감기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
망치가 놀란 일
쓸쓸한 날의 망치
떳떳한 잠
비 오는 날의 망치
망치가 심판을 보는 꿈
망치가 싫어하는 것을, 우리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동시조
2부 봄의 발자국
베란다의 꽃
허수아비
봄의 발자국
봄의 얼굴
엄마 손
않겠니?
추석날
친구가 온 날
의현이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나에게 오는 느낌
이야기 동시 2
3부 니체 선생님, 원형 탈모가 생기다
니체 선생님을 만나다
반으로 도막 난 분필
머릿속에 낙타와 사자가 산다고?
말 맞추기 놀이 : 루시와 벨라
말 맞추기 놀이 : 식당에서 벌어진 일
말 맞추기 놀이 : 꿈의 좌절
화요일의 니체 선생님
목요일의 니체 선생님
흔들리는 나
유에프오(UFO)의 원형 정류장
동시
4부 책에 안 나오는 것들
빨래집게
주인공
책에 안 나오는 것들
같이 놀자
네 눈을 감아봐
창유리에 비친 아이
배꼽을 보았다
도마뱀이 나타났다고?
빨간 신호등
줄무늬비단뱀
글자들의 1학년
글자들의 입학식
글자들의 일기장
해설 이상하고 신기한 니체 선생님의 시 수업
_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작가 약력
염창권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이듬해인 1991년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시가,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습니다. 쓴 책으로는 시조집 『오후의 시차』 외 4권과, 시집 『한밤의 우편취급소』 외 3권이 있습니다. 이번에 펴내는 『망치를 이해하는 방식』은 동시집으로는 첫 번째 책입니다. 평론집으로는 『존재의 기척』 등이, 학술서로는 『어린이 문학과 교육』 등이 있으며,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mail; gilga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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