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선경작가상 수상시집)
두고 온 아이 - 배세복 시집
(상상인 기획시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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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아이 (제1회 선경작가상 수상시집)
배세복 시집
상상인 기획시선 4 | 2023년 11월 27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128*205 | 146쪽 | ISBN 979-11-93093-27-6(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책 소개
누구에게나 ‘두고 온 아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어느 깊은 곳에 그 아이는 숨어 있을 것이다. 또는 숨어 있는 것조차 모를 수도 있다. 이 시집은 순간순간 기억의 편린들이 환기해 낸 서정적 울림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시편들의 주요 인물로 그, 그녀, 갑, 을, 병, 정이 등장한다. 병은 시인 자신이고 다른 사람들은 병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다. 그런데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이렇게 3인칭 인물로 지칭하는 것은 서사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시인 자신임을 나타내는 1인칭 화자 대신 배세복 시인은 3인칭 화자를 내세워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서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등장하는 인물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단일한 화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서사 장르인 소설과 달리 다양한 시점이 등장한다.
요즘 시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리얼리티의 진실함과 독특한 구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빼어나게 형상화했다는 점에 있다. 이야기와 이미지를 절묘하게 결합하여 읍내라는 마을사와 그 안에서 한 가족사를 풀어내는 서사시적 방식이 매력적이었으며 대단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버지의 삶과 죽음의 과정을 그리면서 그 안에서 가난의 상처를 딛고 ‘말에 예민했던 한 아이’인 ‘병’의 성장사를 객관적으로 형상화 내는 기법은 시를 처음 읽는 순간 끝까지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과 흡인력의 원천이 된다. 기억의 조각 속에 그 아이가 있고, 그 두고 온 아이를 이제 세상에 공개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한 사람만의 아이가 아니라 “누구나” 기억 저편에 남긴 채 길을 떠난 “두고 온 아이”이기 때문이다. 간혹 기억이 변색되기도 하고 조각나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이제 “누구나”의 몫이 된 셈이다. 이 시집은 작가의 영역을 귀하게 지킨 제1회 선경작가상 수상시집이다. 배세복 시인만의 독특하고 생동하는 리얼리티의 진실함과 서사시적 매력이 있다. -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두고 온 아이를
잘 위로해 주셔야 해요”
떨리는 목소리로 상담사는
병의 손을 그러쥐었다.
서로 그렁그렁하였다.
2023년 겨울
배세복
추천 글
그의 시들은 서정을 통해 서사를 만들고, 또한 서사를 통해 서정을 강화한다. 그래서 그의 시들을 읽으면 ‘서정적 서사’ 또는 ‘서사적 서정’이라는 문학 이론서에 없는 새로운 조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여러 인물들의 시점으로 서술하여 그들의 경험과 정서가 중층적인 서정을 형성하고 그것이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다시 말해 다양한 인물들의 서정이 서사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배세복 시인만의 특별한 시적 형식이다. 이 점이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이며 고유성이다.
시집 속의 시 두 편
이정표가 있었고
안개주의보 속에 이정표가 서 있고
길 끝에 그가 있다는 표식이다
병은 눈두덩을 부벼댔으나
발끝은 돌부리를 지나치지 못했다
어떠한 사실을 잊을까 봐
손바닥에 글씨를 쓰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병이 놀고 있다
짚단을 쌓아논 볏누리를 헤집고
그가 고함을 질렀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놀지 말랬지!
사금파리가 풀잎과 함께 흩어졌다
어떤 조각은 얼굴을 때렸다
그 밤 병의 손바닥에는
여러 글씨가 적혔다가 지워졌다
안개비가 어느새 는개 되었다
그는 어떤 단어일까
병은 비척이며 일어섰다
길바닥에 흩어져 있는 뜻씨들을
바지 주머니에 모두 담았다
무겁고 차가웠다
어느새 눈꺼풀에 는개가 맺혀
눈을 깜박일 때마다 흘러내렸다
가볍고 따뜻한 뜻씨들을 채워 보았지만
저쯤에서 두고 온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볏누리 속에 갇혀 있었다
빗낱은 조금씩 굵어져
는개가 가랑비 되었다
병은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길바닥 한가운데서 자꾸 미끄러졌다
빗밑이 가벼울 거라는 예보처럼
처음부터 모두 오보였다
장졸들은 날아다니고
손톱 밑에 얼음이 긁혀야
비로소 겨울이었다
소작농이었던 그는
그제야 성주가 되었다
밤중에도 돌아올 줄 모르는 그를
몇 번이고 찾으러 갔다
아버지! 부르자 삐그덕 소리와 함께
담배 연기가 마중 나왔다
장졸을 부리고 있었다
휙휙 바람을 가르던 손 안의 부하들
못 당하겠어! 패한 이웃들이
씁쓸히 장기알을 쓸어 담았다
처음으로 그가 자랑스러웠다
다시 성주가 되기 전의 어떤 계절
그는 길을 떠났다
어디에도 발자국은 없었다
가는 것도 일등이네!
누군가 술잔을 홀짝이며 중얼거렸고
전승을 올리던 그의 표정이 떠올랐다
올해 겨울에도 성을 쌓았다
장기판 같은 논둑 밭둑마다 밤새
장졸들이 날아다닌 흔적 새하얗다
햇빛을 받아 온 세상이
그의 호탕한 웃음, 승전보 같다
목차
1부
아랫목을 내주고
추녀는 치솟고
미신은 떠다니고
함박꽃은 피어나고
메리는 달아나고
툇마루는 울리고
상갓집은 멀고
매직펜은 뒹굴고
발끝은 바들거리고
골목은 낯설고
사루비아는 한창이고
거머리는 꿈틀대고
구들장은 꺼지고
2부
누린내가 있었고
메리는 짖지 않고
목선은 곱디곱고
생담배는 타오르고
대문을 두드리고
볏가리가 있었고
살구나무는 쓰러지고
종주먹을 들이대고
우라질이 있었고
일요일은 찾아오고
주머니를 숨기고
매미는 울지 않고
3부
고개를 주억거리고
가슴을 펴고
앞마당은 붐비고
막걸리를 들이켜고
칡덩굴은 흔들리고
핏물은 번지고
암퇘지는 울어대고
꾸러미를 내려놓고
만 원을 내밀고
검버섯은 돋아나고
햇볕은 따사롭고
건물은 치솟고
풍악은 울리고
4부
발길은 휘청이고
화장을 하고
면허증이 있었고
귀뚜라미는 달아나고
까마귀는 날아가고
문패가 있었고
마른 잎은 흔들리고
바다는 푸르르고
된서리는 내리고
냇물은 흐르고
목덜미를 주억이고 1
목덜미를 주억이고 2
번철은 달아오르고
산책길은 저물고
해설 _ 서정적 서사 혹은 서사적 서정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배세복 시인
201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몬드리안의 담요』, 『목화밭 목화밭』 『두고 온 아이』
제1회 선경작가상 수상시집
<문학동인 Volume>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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