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시집)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하기정 시집
(도서출판 상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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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시집)
하기정 시집
상상인 기획시선 3 | 2023년 11월 25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128*205 | 136쪽 | ISBN 979-11-93093-28-3(03810)
도서출판 상상인 | (06621)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 74길 29, 904호
Tel. 02 747 1367, 010 7371 1871 |Fax. 02 747 1877 | E-mail. ssaangin@hanmail.net
책 소개
시인이란 어떤 ‘캐릭터’일까. 하기정 시인의 시편 속에 등장하는 페르소나는 물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와도 같이 무리를 지어 가는 펭귄 속에서 이탈한, 한 마리의 펭귄같이, 실패를 무릅쓰고 자꾸 미끄러지는 것들에 대한 성원이다. 왼발과 오른발이 동시에 나가려다 균형이 흔들리는 파행과 함께 하는, 실패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한 서정적 열망이다. 그 이야기 속에 나오는 캐릭터는 한결같이 가 닿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구체적 슬픔을 아름다움의 환대 속으로 끌어오고자 하는 얼굴의 집합체이다.
이 시집은 서정적 울림을 자아내며 자신의 슬픔을 두 개의 각도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감동을 배가하고 있다. 하기정 시인의 작품들은 쓸데없는 난해성으로 가독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며, 안이한 접근으로 시를 가벼이 만들지 않되, 수려하고 유창한 문장 위에 시적인 것을 미끈하게 잘 띄우는 능력을 보여준다. 처참하게 미끄러지고 모든 글쓰기가 필사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그 사람의 형상에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라는 제목을 덧붙인다는 사실이다. 하기정의 시가 미적으로 풍부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작품 구조에 내포한 역설이나 이중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는 추상의 끝에서 늘 구체로 돌아오며 구체가 사물의 의미를 가두는 순간에 추상의 문을 연다. 이 시집은 작가의 영역을 귀하게 지킨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시집이다. 하기정 시인의 모든 언어는 당신에게 스밀 것이고 당신의 입술에 닿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다음과 같이 우리에게 명백한 온도로 다가오는 시적인 불꽃을 몽상하게 한다. 슬픔을 아름다움의 환대 속으로 끌어오고자 하는 이 시대의 무수한 캐릭터들에게 보내는 선물 같은 한 권의 시집이다.
시인의 말
푹푹
빠지는 발을 건져내기에도 모자란
그러니 부디
당신이 와서
견고한 집 한 채
지어가세요
2023년 겨울
하기정
추천 글
삶을 체험하는 입장과 관조하는 입장, 양면에서 바라봄으로써 서정적 울림은 배가된다. 신체를 열린 장소로 만듦으로써 감각은 낯선 대상들과 결합한다. 불쾌와 불행을 촉발하는 접촉은 역설과 아이러니를 활용한 언어적 표현으로 덧씌운다. 여기에는 수사적 형식과 존재론적 자세가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 바로 이러한 형식과 자세에서 시인의 시 쓰기는 성립한다. 바로 이러한 형식 속에서 시인의 ‘아름다운’ 형상 또한 길어 올려진다. - 박동억(문학평론가)
시집 속의 시 두 편
청려장
지팡이가 가리키는 쪽으로
여름이 자라고 있다
명아주잎이 물컹하고 비릿하게
매미는 새보다 일찍 일어난다
가로등이 햇빛처럼 비추는 나무 아래서
좋아하는 것들 틈에서
초록의 질투는 뿔처럼
여린 죽순에 받힌 송아지가 여름을 마주 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네가 쥐고 있다
등 뒤에서 여름이
여름을 덮고 있다
손잡고 돌아가는 사람들
풀이 자란 쪽으로 길이 생길 것 같다
손가락이 없는데 움켜쥐고 싶은 것이 있다
바닥을 짚고 일어설 때마다
푸른 지팡이가 자라났다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그늘을 깊게 파는 사람을 알고 있다
거푸집에 누워 왼손바닥을 찍는 중이었다
그것이 그토록 기다려왔다는 듯이
그는 도끼로 계단을 내고 나무에 오르는 일을 경멸했다
기름을 바르고 처참하게 미끄러져 내리는 일에 열광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그는 늘 미안해서
안녕이 없는 사람
그리하여 그는 돈을 받지 않고도
아름답고 처절하게 잘도 팔았다
무엇을? 이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슬픔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그는 매일 밤 요령부득으로 짠 스웨터를 입고
터진 옆구리를 꿰맸다
요령이 방울 소리를 내며
실패꾸러미를 안고 왔다
꽃병을 응시하다 정물의 배경이 되는 조연들은
필사적으로 필사하는 일이 파국으로 치닫도록
코너로 몰고 가는 중이었다
여전히 지하에서 촉수를 기르는 사람
아직도 제 눈을 찌르고 있는 사람
화살이 일제히 머리를 향해 날아들고 있다
목차
1부 애플파이의 시간
자책
바순
돌의 내부
애플파이의 시간
닿다
퍼즐 맞추기
한 통의 수박
유리와 유리창
빈 문서
인생전
언감생詩
공터와 나비
쓰다 버린
2부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새벽에 우리가 하는 것
이야기는 이야기
왕중왕
밤에는 멀리 있는 불빛을 보려 하지
여름의 장례
일기
밤의 피카레스크
숲세권
파경
재난영화
집의 탄생
Magic eye
그 벽장의 내력
안부
3부 빗방울의 노래
일인용
저울
일진
유리구두
계절의 명명법
파도의 자서전
빗방울의 노래
피에타
여자들
마트료시카
제망매가
네 시와 너의 시
所用
신이라는 입술의 복화술
4부 구름의 화법
끝말잇기
드라마틱한
열쇠
옛말들
저녁의 입술
겨울왕국
울어야겠다
볼록거울
W&M
흔들의자
밤 꿈 잠
고백성사
구름의 화법
시집
해설 _ 닿으려는 마음의 역설
박동억(문학평론가)
저자 약력
201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밤의 귀 낮의 입술 』『고양이와 걷자』 『나의 아름다운 캐릭터』
5·18문학상, 작가의눈 작품상, 불꽃문학상,
시인뉴스포엠 시인상, 제4회 선경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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