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인 줄 모르고 핀다-박해달 시집
(상상인 시인선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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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달은 결핍의 서사와 풍요의 서사가 동시에 존재함을 주목한다. 온 세상이 결핍뿐이라면 그 결핍은 이미 결핍이 아니며 결핍으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오로지 차이만이 의미를 생산한다. 박해달의 시들은 한쪽에는 결핍의 눈물을 다른 한쪽엔 풍요의 신화를 담고 있는 거대한 저울 같다. 결핍과 풍요는 서로를 비추며 서로의 의미를 깊게 한다. 풍요는 결핍 때문에 더욱 풍요로우며, 결핍은 풍요 때문에 더욱 가난하다.
-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시인의 말
피었다 진 꽃의 흔적이
쓰다 만 문장 같아서
오래도록 들여다보곤 합니다
언어를 머금은 꽃은
피고 진 적이 없어
감히, 색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2023년 7월
박해달
시집 속의 시 두 편
원시림에서 걸어 나오는 백석
한입에 삼킨 정오가
명치 끝에 얹혀 꼼짝하지 않는 시간
육모정과 풀꽃 시계의 어디쯤
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담배 한 개비에
태 자리로 돌아간다
어린 애인이 태동을 느끼고
무릎을 내어주는 꿈을 꾼다
초록 선 분명한 수박 한 덩이를 깨뜨렸다
빨간 웃음이 흘렀다
백석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알지 못하도록 초록
난 늘 초록이었어
초록이어야만 하는 패를 쥐었으니까
가을로 물드는 너를 보며
갈색 꿈을 꾸기도 했지
너는 무감하게 말하지
갈색은 겨울나기를 위한 순서일 뿐이라고
그러므로 좀 더 진한 초록을 품어야 한다고
뇌척수막염을 끌어안고
척추뼈에 한 뼘 크기의 바늘을 꽂았을 때
애벌레처럼 웅크린 태아가 된 듯했어
몸속으로 스며드는 한기가 아무 데나 흐를 때
구멍마다 절망이 들어앉는 소릴 들었어
버렸던 꿈을 다시 꾸는 시간으로
초록으로 돌아가기 위한 아픔으로
척수액에 몸을 녹였지
새로 돋을 시푸른 초록을 위한
기꺼운 기침
목차
1부 너를 사과라 부르기로 한다
원시림에서 걸어 나오는 백석 19
의미가 되기까지 20
알지 못하도록 초록 22
건반 위의 발레리나 24
우글거리는 고백 26
고구마를 굽는 시간 27
고백하자면 28
이별은 완료시제가 아니라서 29
기억으로부터 30
동백꿈 31
거기, 그 꽃자리 32
사계 34
그, 후박나무 35
2부 이제 자장가를 꺼야 할 시간
무심 39
깨어나는 무제 40
꽃인 줄 모르고 핀다 42
악몽 44
수염 틸란드시아 45
능소화 46
알고 있습니다 47
약속이나 하듯 48
나비와 나비 50
바이올린의 서사 52
어둠이 오는 길로 53
내 안의 토굴 54
암자 56
바람을 짚다 57
3부 신이 머무는 정원은 아이의 것
처음 61
뿌댕이 62
소문은 돌고 64
정원 가꾸는 남자 65
어디쯤 66
굿, 달바라기 68
쉬쉬 시시 70
산사에 피는 꽃 72
마음 읽기 73
오, 깜짝이야 74
흐르는 편지 75
게놈지도 76
일지매 77
4부 자줏빛 멍은 꽃물 같다
amor fati를 거스른 욕망 81
푸른 집 소파 82
earthing 84
벚꽃 여자 86
기도 88
꽃씨 모으는 남자 89
두 발자국이 만나는 지점 90
그를 읽다 92
배부른 목록 94
여백 96
가묘 97
풀꽃의 통점 98
해인의 낙엽 100
해설 _ 눈물 너머 초록 ― 박해달 시집 『꽃인 줄 모르고 핀다』 읽기 103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저자 약력
• 목포출생
• 2002년 동시로 등단
• 순천대학교 대학원 문창과 석사수료
이메일: mi8623@naver.com
꽃인 줄 모르고 핀다
박해달 시집
상상인 시인선 037 | 2023년 7월 7일 발간 | 정가 10,000원
규격 | 128*205 | 120쪽 | ISBN 979-11-93093-07-8(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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