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들고나는 내력 - 엄세원 시집 (상상인 시선 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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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세원은 인문학적 서정주의자다. 자연을 자신만의 가치 탐구 안에서 시로 실현시킨다. 지식이
서정과 결합될 때 '달빛튜브가 골목에 삽입'되기도 하고, 낮달이 로프를 메고 창문에서 헛'돌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가 가독성이 높은 까닭은 사유의 근거가 되는 시적 공간이 확연하기 때문이다. 독자로 하여금 그 구대에 서게 하고 수시로 묘사되는 지점에 통찰을 연결시켜 놓았다. 이렇게 실감나는 시편들을 읽다보니, 벌써부터 그의 두 번째 행보가 궁금해진다.
-윤성택(시인)
엄세원 시인은 길 없는 길에 자신을 다시 남겨둔다. 이 영원한 "미제"가 시인의 사유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시인은 철학자가 아니므로 사유를 관념에 가두어두지 않는다. 그녀는 은유의 그림으로 사유를 탈범주한다. 이 시집은 그녀의 사유가 이렇게 주관성에서 객관성으로, 특수성에서 보편성으로, 옷을 입고 피어나는 과정들의 집합이다.
-오민석(문학평론가)
저자약력
엄세원 시인
202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14년 강원문학 시부문 신인상
시집 『숨,들고나는 내력』
한국방송대학교 국문학과(文淵)학술·문학 통합 대상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과정 수료
(사)한국소비자연합 문화예술부 시문회 사임당문학상
홍성군 문화·관광 디카시 공모전 대상
sgodinga@hanmail.net
시인의 말
백두대간을 걸었다
백두산에서 진부령까지 마흔여덟 구간
그 오르내림이 산수화의 문장들이
사계절 가지각색이 바람의 일렁임으로
한 컷 한 컷을 조였다 풀어낸다
해 도장에 새긴 이름, 노을 인주에
꾹 눌러 진부령에 걸었다
차마 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
꺼내보는 낙관이다
엄세원
시집 속의 시 한 편
해 질 녘의 갑옷을 입고
바다가 해 질 녘을 입었다
변산반도 적벽강
쇠 징처럼 조밀하게 박힌 포말들 결연하다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듯
물금을 여민 채 어스름과 대치중
어둠이 수평선으로 진격해올 때
갑옷 입은 여자가 앞장서 있다
고분 속에서 발굴된 신라의 귀족 같은 놀빛
형체 없이 몸은 다 흘러내렸는데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장신구들 그대로다
저 단단한 이음매 속에서
서서히 사라져 갔을 천여 년의 시간
이제 해 질 녘이 나를 껴입을 차례
잘게 부서뜨린 금가루 같은 모래가 묻어온다
금동관에 갇힌 것처럼 중얼거린다
누구인가, 누가 나를 착용하고 있나
자르고 잘라도 물금은 날刀만 무뎌질 뿐
파도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
흰빛으로 빠져나가는 영혼 한 줄기
숨, 들고나는 내력
내게서 먼 미래가 출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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