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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누구나 얼마간 불화를 체감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이 시인은 그 문제를 특히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이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그녀는 섣불리 무언가를 “상상”하지 않고, 대신 모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빨강”의 이미지를 통해 “예감”의 자세를 보여준다. 그래서 [빨강해]를 읽을 때 우리는 어떤 명확한 메시지를 얻는 대신, 모호한 세계에서 자꾸만 무언가를 “예감”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예감이 한 인간을 계속해서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의미”한 것만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오늘 시인이 “예감”을 중요시하고 그녀의 작품에서 모호한 이미지들이 나온다는 말은, 그녀가 현실에서 도피해 막연한 몽상을 즐기고 있다는 의미를 갖지 않는다.
- 전철희(문학평론가)
[저자]
오늘
2006년 <서시>등단
2015년 한국문예진흥기금 수혜
2020년 제10회 시산맥작품상
2021년 제16회 지리산문학상
시집 <나비야, 나야>(2017년 세종우수도서)
<빨강해>
<시계제작소> 동인
sonagi005@hanmail.com
[목차]
1부
무서운 꽃 13
사과를 껍질째 14
비행운 17
전지적 앵무새 시점 18
사라진 것들은 어디쯤에 고이나 20
스너글러 22
가면들의 집 24
스포일러 26
아판타시아 28
곡선으로 직진 30
안개꽃 32
발푸르기스의 밤 34
우리 36
다정한 우울 38
나는 자폐증이 있는 개를 닮은 고양이 39
2부
봄밤은 수많은 출구를 열어놓는다 43
거짓말이야 44
바다쓰기 46
그녀가 사마리아에 간 이유 48
그땐, 그때니까 50
재의 수요일 52
안녕히 주무세요 54
낙타는 묶여 있던 밤을 기억한다 55
나쁜 고양이는 없다 56
내 가방을 부탁해 58
케이크는 맛있다 60
내 애인은 그라나다에 산다 62
우린 알래스카 숲이었다 64
네 개의 엄숙한 노래 66
농담 68
3부
멀미 73
고흐는 우키요에를 74
누에보 76
달꾹질 78
물고기 밥은 언제 주나 80
사과를 끌어안으면 82
멍 84
유리의 낙원 85
파두 86
하늘을 나는 바다코끼리 88
줄 89
4부
활 93
파랑주의보 2 94
후각의 영역 96
그럴 줄 알았어 98
벌 99
길 100
귓속말 102
사다리가 필요해 103
미아 104
홍해 105
진영이는 지도를 펴고 눈을 감은 채 손끝으로 한 곳을 짚더니 바이올린을 메고 그곳으로 갔다 내일 만날 것처럼 안녕, 그렇게 106
해설 - 모호한 예감의 시학
전철희(문학평론가) 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