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 송병호 시집
상상인 시인선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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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마주하여 나가는 시적 언어가 언어의 탈구성을 벗어나 다시 말씀이 될 수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우리의 내적 가능성이 처음으로 새롭게 마주할 수 있는 마침표일 것이다. 거기에 시의 끝 또는 끝의 시가 있겠다. 그러한 시의 도래를 끝없이 지연시키면서 그 지연을 늘 현재의 노래로 나타나게 하는 일은 앞으로도 지난할 것이다. 그 시 쓰기를 시인은 끝까지 사랑하기를 바란다. “관계를 펼쳐놓은 흙비에 젖은 안쪽/ 경經의 말씀이 소용되도록, 복음이 되도록/ 나는 죽어서 살아야 한다” 시는 그가 끝없이 다가가는 다음의 자리에서 은밀하고도 따뜻하게 그리고 늘 새로움으로 거듭나면서, 빛의 호를 그릴 것이다.
_ 김학중(시인)
저자 약력
송병호
『예술세계』 시, 『문학예술』 평론 등단
제10회 국민일보 신춘문예 밀알 당선
시집 『궁핍의 자유』 『환유의 법칙』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제14회 김포문학상대상
제10회 중봉조헌문학상
제1회 강원일보 DMZ문학상
가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김포문화재단 예술아람 창작지원금 수혜
문인저작권옹호위원
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회장
목사
chungin94@naver.com
시인의 말
꽃이
자기 향기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나는 내 삶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것이 두렵다.
담임목회 30여 년
은퇴가 내일인데, 결국
삶이 한 줄 문장이라는 것을 이해할까 하는 나이에
이처럼 빛나는
시집을 선물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어떤 단순한 우연도 어쩌면 하나님의 계획일 수 있다.
A mere happening may be God’s design.
2021. 가을
시집 속의 시 한 편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낙하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쓸쓸하다
수백 번은 아니라도
수십 번 서성거렸던 골목 간이주점 그리고
중앙도서관, 갈피 잡지 못할 때
한 뼘씩 커가는 해그림자에
나는 낯선 이방인이었다
황무지에 싹을 틔운 30여 년
사랑하는 이들 노동을 완수한 위로랍시고
감사의 표시랍시고
카드 한 장
단아한 분홍카네이션의 초청, 나만 아는
감사했습니다
먼지에도 알갱이가 있는 것처럼
선언적 외길, 볕과 그늘
소유했던 무엇도 다 내려놓은
십자가상의 일곱 말씀
바람 든 무 구멍 숭숭한데
쓸쓸함과 고독에 대한 비유적 만남일까
차례
1부
행성의 은유 _ 019
나는 본래 고아였는지도 모른다 _ 020
사유가 속독으로 읽히는 것에 대하여 _ 022
패覇 _ 024
위선, 좁혀질 수 없는 틈 그 어리석은 희극 _ 026
자술서, 허리춤에서 꺼낸 한끗의 무게 _ 028
사의 찬미 _ 030
빗속을 걷는 토요일 오후의 관계 _ 032
빈집 _ 034
인연이라는 것은 이처럼 유치한데 _ 036
세로로 쓴 시집과 조간신문 그리고 사내 _ 038
詩답잖은 詩論 _ 040
축등을 깁다 - 祖江 _ 042
2부
가을, 하얗게 저미는 바깥 _ 047
언어를 캐다 _ 048
그래서 그랬다는 말은 왜 없을까 _ 050
행간을 읽다 – 로드킬 _ 052
한강습지 _ 054
나이테 _ 056
가끔 구름 많음 오후 한때 소나기 _ 058
태극기의 노래 _ 060
셀로판지처럼 바삭거리는 사월의 볕 _ 061
빛의 호呼, 밑줄 친 페이지 _ 062
말이라는 것이 _ 064
고치와 애벌레의 궁전 _ 066
모방과 차용의 중간쯤 _ 068
3부
맥주는 거품이 쓰다 _ 073
그 안은 어떤 기분일까 _ 074
어머니 꽃밭 – 치매 _ 076
詩 그리고 시인 _ 078
갤러리에서 _ 080
인연은 그냥 인연이었으면 좋겠다 _ 081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_ 082
해직 근로자 _ 084
둥근 화원 _ 086
바람의 모서리를 돌아서면 _ 088
DMZ, 흰 저 흰 목덜미 _ 090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 _ 092
미시적 호흡으로 용서하는 반치의 혀 _ 094
4부
시라는 말과 언어라는 말의 거리 _ 099
카타르시스 증후군 _ 100
누구는 사실을 용서한다고 말한다 - 폐쇄회로 TV _ 102
잊힌 것들에 대하여 _ 104
흑백사진 속 홑겹의 아버지 _ 106
목련꽃 엽서 - 그해 통계조사 _ 108
명퇴주점 _ 110
낮달 _ 112
매미와 살충등의 거리 _ 113
느린 우체통 _ 114
달동네의 손금을 읽는 오후 _ 116
간이역 풍경 _ 118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_ 120
해설 _ 김학중(시인) _ 123
미완이라 부를 수 있는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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